금융당국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을 중징계한 데 이어 15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또 KB금융 전 계열사에 감독관을 파견해 내부 통제 시스템 점검은 물론이고 직무정지 상태인 임 회장에 대한 법률 자문이나 경비 지원 여부도 집중 감시한다.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오는 17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임 회장의 해임 등 최근 사태에 대한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전방위 압력이 가해지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3개월 직무정지의 중징계를 내린데 이어 13일 금융감독원과 함께 KB금융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긴급 금융합동점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후속조치를 결정했다. 금융당국에 반발하며 소송 등 맞대응을 예고한 임 회장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금감원은 15일 임 회장을 비롯해 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위법·부당한 행위를 저지른 핵심 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KB국민은행이 업무방해 등으로 고발한 김재열 KB금융 최고정보책임자(CIO) 이외에 임 회장까지 고발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주말 임 회장의 업무상 배임혐의 수사에 착수했다.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사업 과정에서 최고위 경영진이 이권을 챙겼는지 여부를 수사해달라는 소비자단체 금융소비자원의 지난 5월 고발 건에 대한 조치다.
KB금융그룹 전 계열사에 금감원 감독관이 주초부터 파견된다. 지주사에는 이미 7명의 감독관이 파견됐고, 은행과 다른 계열사에도 감독관을 2~3명씩 확대 파견한다. 이들은 KB 내부 통제 시스템을 비롯한 업무 전반을 점검하는 한편, 임 회장에 대한 계열사의 법률 조력이나 경비 지원, 임직원 특이 동정까지도 확인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KB금융의 경영상황을 상시·밀착 모니터링해 적시 대응할 전담팀도 별도 운영된다.
금융당국은 거대 금융회사 사업 안정과 대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KB금융 비상대응 체제를 가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지주이사회는 17일 회의에서 임 회장의 대표이사 회장직의 해임 여부와 그에 따른 후속조치, 경영정상화 방안 등을 논의한다. 지주 이사회는 현재 임 회장과 사외이사 9명 등 10명으로 이뤄져 있으며, 임 회장의 직무정지로 당분간 사외이사 9명으로 가동된다. 임 회장의 대표이사 회장직 해임을 위해서는 이사진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 13일 이경재 이사회 의장을 만나 임 회장 직무정지 조치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고 KB경영정상화를 위해 이사회가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임 회장의 해임 조치에 대한 필요성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금융위 결정에 정면 반발하고 있는 임 회장에 맞서 금융당국이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KB금융 제재 과정에서 추락한 금융당국의 권위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깔끔하고 엄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자칫 향후 소송이 벌어지고 법원에서 임 회장의 손을 들어준다면 금융위나 금감원은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된다.
향후 임 회장이 어떤 대응 카드를 뽑아들 것인지도 관심사다. 임 회장은 금융위의 중징계 결정 직후 “결코 납득할 수 없는 결정으로 소송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금융권은 임 회장이 직무정지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행정소송 등의 법적 절차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