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속히 성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트위터, 페이스북은 물론이고 카카오톡이나 라인과 같은 인스턴트 메신저, 그리고 플리커, 포토신스, 유튜브와 같은 사진이나 동영상 공유 사이트를 지칭한다.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것처럼 대인적 상호작용 중 상당 부분이 SNS라는 소프트웨어를 매개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가히 ‘소셜의 소프트웨어화’라 불릴 만하다. SNS가 이처럼 일상화된 것은 언제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라는 모바일 미디어를 만났기 때문이다.
SNS는 세 가지 특징을 가진다. 첫째 SNS는 사람들이 사회적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네트워크 플랫폼이다. 둘째 SNS는 사람들 사이의 정보 전달을 매개하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다. 셋째 SNS는 음악, 사진, 동영상, 파일 등을 전파하는 미디어 플랫폼이다. 결국 SNS는 대인 관계망을 토대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서비스라 할 수 있다.
SNS는 흔히 생각하듯 최근 몇 년 사이에 등장한 서비스는 아니다. 1970년대 초에 등장한 메일이나 그 이후 활발히 활용된 인터넷의 전자 게시판과 같은 SNS 1.0까지 포함하면 그 역사는 더 길다.
그렇다면 SNS는 디지털 시대의 산물인가.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 대략 300년간 유럽과 미국에서 편지라는 미디어를 매개로 형성된 이른바 ‘서신 공화국(Republic of Letters)’은 지금의 SNS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전형적인 소셜 네트워크였다. 서신 공화국이라는 소셜 네트워크를 분석한 스탠퍼드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종교개혁이 있던 16세기부터 18세기 중반까지 6700명의 개인이 3만5000통의 학술 서신을 교환했다.
윤지영 오거닉미디어 박사의 해석에서 보듯 서신 공화국은 SNS와 유사한 속성을 공유한다. 첫째는 지식의 창출이다. 에라스뮈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뉴턴 등과 같은 학자는 계몽주의 시대의 실험 정신과 탐구 일지를 편지로 공표해 새로운 화두를 세상에 던졌다.
둘째는 지식의 확산이다. 편지로 전달받은 새로운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함으로써 새로운 지식이 광범위하게 전파될 수 있었다. 편지를 손으로 베껴 써 네트워크 밖의 사람에게 전해지기도 했다.
셋째는 지식과 정보의 재창조다. 편지로 전달받은 내용에 답장을 하며 다른 내용을 추가하고 서로 토론하는 재생산 과정이 이어졌다. 갈릴레이는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을 재생산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여러 편지의 내용을 요약하고 정리해서 다시 전달함은 물론이고 이를 묶어 학술지로 발간하기도 했다. 1665년에 출간된 ‘학자들의 저널’은 이의 대표적인 사례인데, 최초의 학술지로 간주되기도 한다.
넷째는 사회적 소비 또는 활용이다. 서신 공화국의 학술적 토론 내용은 학문적, 문화적 토대가 되었음은 물론이고 과학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촉발했다. 대학과 출판 산업의 발전은 서신 공화국에 힘입은 바 크다.
그렇다면 서신 공화국이 지금의 SNS와 구별되는 점은 무엇일까. 서신 공화국의 주체는 지식인들이었고, 따라서 그 내용도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전문적이었다. 모든 사람이 사용하고 일상적이고 오락적인 내용이 주류를 이루는 SNS가 ‘민주화’된 것이라고 주장할지는 모르지만 그 수준을 넘어 우리 정신과 감성을 ‘빈곤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