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O월 OO일. 한국이 발사한 달 궤도선에서 출발한 착륙선이 달 표면에 착륙했다.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 발사체와 한국형 착륙선으로 이뤄낸 쾌거다. 달 착륙에 성공하면서 한국 우주기술은 또 한 단계 진화하게 됐다. 세계 각국도 한국의 달 착륙에 놀라움을 표시하는 동시에 축하를 건넸다.
오는 2020년 우리나라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무인 달 탐사선을 발사한다. 아직 수년이 남은 상황에서 성공과 실패를 점칠 수는 없지만 앞의 시나리오처럼 성공 기대가 높다. 지난해 나로호 발사에 성공하며 세계 11번째로 스페이스클럽에 가입한 데 이어 달 탐사까지 성공하면 우주 선진국이라는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에 달 탐사 로드맵을 그렸고 연도별 실행계획을 기반으로 이를 구체화해 가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기관과 협력도 적극 추진 중이다. 한국형 달 탐사 성공, 나아가 진정한 우주 선진국으로의 진입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자력 달 탐사 계획 ‘착착’
우리나라의 달 탐사 계획은 당초 2025년에서 2020년으로 목표 시점이 5년 앞당겨졌다. 기간을 대폭 단축하면서 다소 무리가 따를 것이란 전망이 있지만 새로운 목표에 맞춰 계획을 재설정하며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형 달 탐사 사업은 70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형 과제로 기술 개발 상황에 맞춰 2단계로 나눠 진행한다. 우선 2017년까지 국제협력을 기반으로 시험용 달 궤도선을 개발한다. 자력 달 탐사 개발을 위한 기반인 셈이다. 이어 2020년까지 한국형 발사체를 이용한 달 궤도선과 달 착륙선 자력발사를 추진한다.
정부는 지난 1월부터 2600억원 규모의 달 탐사 1단계 사업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예타를 거쳐 반영한 예산은 연말 국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1단계 사업에서는 그동안의 위성개발 경험과 우주핵심기반기술, 차세대 소형·중형위성 등 기존사업에서 확보한 기술을 활용한다. 달 탐사에 필요한 심우주통신, 항법유도제어, 대용량 위성추진시스템 등 아직 보유하지 못한 기술은 국제협력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2단계 사업은 순수 우리 기술로만 궤도선과 착륙선을 발사하는 것이 목표다. 다수의 출연연과 대학, 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 형태의 사업추진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 역량을 총 결집한다.
김승조 서울대 우주항공공학과 교수(전 항우연 원장)는 한 TV프로그램에서 “달 탐사는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다”라며 “많은 나라들이 한국과 협력하려 하고 있고 지금 시작하면 2020년에 달 탐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글로벌 협력 적극 추진
자력 달 탐사 성공을 위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국제 협력이다. 나로호 발사에 성공하고 다양한 위성을 발사한 경험이 있지만 달 탐사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미 달 탐사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한 외국의 도움을 받아 기술을 습득해야 달 탐사 계획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다.
NASA와의 협력이 대표적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NASA와 달 탐사에 협력키로 하고, 구체적인 협력 분야를 도출하기 위해 공동개념연구를 위한 ‘연구협정(Study Agreement)’을 맺었다. 이번 협력은 NASA 위성연구센터가 아닌 본부와의 직접 협력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협정에 따라 연말까지 양 기관 전문가가 참여하는 워킹그룹을 구성해 협력 과제를 발굴한다. NASA와의 협력을 통해 1단계 계획에 필요한 발사체 기술과 궤도진입 기술 등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NASA 역시 한국의 시험용 달 궤도선 기능 일부를 이용할 수 있어 상호 윈윈이 가능하다.
항우연 관계자는 “연구협정은 달 탐사 과정에 필요한 구체적 협력분야를 공동연구로 찾아보자는 것”이라며 “워킹그룹 논의에 따라 협력범위가 확대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NASA 등과의 국제협력으로 심우주통신용 지상국을 2017년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해외 인프라와 연계해 달 궤도선 및 착륙선의 공동운영 경험을 축적하고, 운영기술 확보도 시도한다.
◇달 탐사, 지속 업그레이드
우리나라의 달 탐사 계획은 2020년 이후에도 계속된다. 우주개발 중장기계획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정지궤도 발사체를 활용한 달 샘플 귀환선 발사를 추진한다. 달 탐사선 개발과정에서 확보한 기반기술과 인프라를 활용해 달 샘플 귀환선을 개발하고 정지궤도 발사체를 이용한 자력발사도 한다. 차세대 중·소형 위성을 활용한 도킹 기술, 지구 재돌입 기술 개발에도 나선다.
달을 시작으로 화성, 소행성으로 우주 활동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시도도 펼친다. 우선 2030년까지 화성 궤도선과 화성 착륙선 발사를 시도한다. 장기적으로 2040년까지 소행성과 심우주 탐사선 개발까지 추진한다. 단계적으로 우리나라의 우주 활동무대를 넓혀 태양계까지 발전시켜갈 계획이다.
◇우주 기술의 타 산업 확산
우리나라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달 탐사를 추진하는 데는 다양한 목적이 있어서다. 우선 우주에 있는 다양한 자원 확보를 위해서다. 달만 해도 희토류, 티타늄, 헬륨-3 등 지구에 부족한 희귀 광물 자원이 다량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일본, 중국 등이 달 탐사에 다시 관심을 갖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한국형 발사체로 상업 발사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아직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우주 분야 후발 국가들도 위성 활용을 위해 우주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때문에 발사체 시장은 민간 기업이 뛰어들 정도로 관심이 높아졌다. 자력 달 탐사로 한국형 발사체가 안정성을 인정받으면 세계 발사체 시장에 진출하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우주 기술을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산해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극한 우주환경을 감안해 개발한 달 탐사로봇, 원자력전지, 심우주통신기술 등 융·복합 우주기술은 산업에 접목되면 큰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면 달 탐사로봇은 군용이나 위험작업 로봇 기술과 접목할 수 있고 원자력전지 기술은 열전변환기술의 산업적 응용이 가능하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