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본 등 한류 콘텐츠 수요가 많은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국산 방송 콘텐츠가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최신 드라마, 예능, 애니메이션, 영화 등 국내 인기 프로그램이 별다른 제재 없이 해외로 새고 있어 향후 국내 방송 사업자의 해외 시장 진출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서 제조된 인터넷TV 셋톱박스 ‘TV패드’가 대표적 사례다. 이 제품을 TV, 모니터 등에 연결해 인터넷에 접속하고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으면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최근 지상파 방송 3사는 TV패드를 국내에 들여온 한국 유통 사업자를 대상으로 판매금지가처분, 가압류 등 소송을 제기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제조업체는 현지 법 체계가 우리나라와 서로 달라 저작권 침해 여부를 입증하거나 콘텐츠 사용 대가를 요구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TV패드뿐만 아니라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한국 드라마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사이트가 등장했다”며 “한국에서 본 방송이 종료된 지 불과 30분만에 중국어 자막과 함께 업로드하는 사이트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한국 방송 프로그램을 IP 방식으로 수신하는 동글형 OTT가 등장했다.
일본 글로벌TV는 온라인 유통 채널에서 KBS1·2, MBC, SBS, EBS 등 한국 지상파 방송 채널 5개를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는 USB형태 수신기 ‘KOREA TV Player 05ch’를 1만9800엔(약 20만원)에 판매한다.
이 회사는 “(해당 상품은) 한국·일본이 아닌 제3국을 거쳐 재송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100kbps 이상 속도로 접속할 수 있는 IP망만 있으면 거주 국가와 관계없이 한국 지상파 방송 5개 채널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이외 국가에서도 한국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저작권 침해가 우려되는 이유다.
KBS 측은 “국내외 저작권 침해 사례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있지만 OTT는 처음”이라며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재식 한국콘텐츠진흥원 차장은 최근 한국미디어경영학회(KMMA)와 전자신문이 개회한 미디어경영 토크콘서트에서 “TV패드 등 새로운 기기가 계속 등장하고 있지만 법이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규제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규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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