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전통적인 제조 강국으로 불린다. 그 덕분에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유럽 국가로는 드물게 별 다른 흔들림 없이 경제불황의 파고를 넘을 수 있었다. 제조업이 튼튼히 자리 잡고 있으니 일시적인 충격을 버틸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갖춘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제조 강국의 배경에는 수많은 ‘히든 챔피언’ 기업이 있다.
이제는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히든 챔피언은 세계 시장에서 1~3위를 차지하거나 대륙별로 1위 수준에 올라있는 기업을 말한다. 요즘 들어서는 규모는 작지만 일류 기술에 바탕을 두고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는 글로벌 강소기업을 통칭한다. 독일에는 이 같은 히든 챔피언 기업이 13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의 히든 챔피언 기업은 매출 측면에서는 대기업에 못 미치지만 저마다 전문 분야에서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며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몇몇 대기업의 실적에 따라 국가 경제가 요동치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구조다.
이들 히든 챔피언 기업은 ‘한 우물’ 전략으로 해당 분야에서 기술력을 끊임없이 높여 나갔다. 대기업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뛰어넘는 연구개발(R&D) 투자로 세계 일류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독일은 2010년 이후 또 한 번의 히든 챔피언 신화를 꿈꾸고 있다. 독일은 제조업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하이테크 스트래티지 2020’ 전략을 수립하고 그 일환으로 ‘인더스트리 4.0’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인더스트리 4.0은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모든 생산기계·공정·물류·서비스 시스템을 통합 관리하는 새로운 산업생산 시스템이다. 국가 프로젝트로 출발했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사업은 아니다. 독일에서는 지난해 4월 산업계를 중심으로 이행전략 실천을 위한 ‘인더스트리 4.0 플랫폼’이 발족됐다.
인더스트리 4.0은 독일 역시 최근 빠르게 진행되는 제조업의 변화를 주시하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조업 인프라를 근본적으로 혁신해 지금의 제조 강국 지위를 이어가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프로젝트다.
독일 같은 제조업 선진국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을 모색하는 것은 제조업 위기론에 빠진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인더스트리 4.0은 최근 우리 정부가 수립한 ‘제조업 혁신 3.0’ 전략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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