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조업계에서 독자 기술에 바탕을 두고 세계 시장을 장악한 국내 기업들이 있다. 반도체 장비 업체인 고영테크놀로지·이오테크닉스·한미반도체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자의 기반기술을 확보해 세계 시장 점유는 물론이고 이를 또 다른 분야에 접목시켜 사업을 확장 중이다.
고영테크놀로지(대표 고광일)는 3차원(3D) 검사 장비 업체다. 독자 3D 광학 기술로 스마트폰, 자동차 전장 부품과 디스플레이·반도체 등 여러 분야에 3D 검사장비를 공급한다. 주력인 3D 인쇄검사기(SPI)로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자제품에 쓰이는 인쇄회로기판(PCB)의 표면실장부품 장착 공정 중 납 도포과정 불량을 검사하는 장비다.
올해는 3D AOI 판매량이 늘어 매출액과 수익이 큰 폭으로 늘었다. 납이 도포된 PCB에 부품을 장착하는 공정의 불량을 2차원으로 검사하던 부품실장검사기(AOI)에 3D 기술을 접목시킨 기기다. 최근에는 의료기기 사업에도 나서 수술 부위를 실시간으로 3D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한 뇌수술 장비를 개발 중이다.
이오테크닉스(대표 성규동)는 세계 반도체 레이저 마킹(Marking) 시장에서 독보적인 시장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칩의 패키징(후공정) 마지막 단계에서 상표나 회사 로고 등을 새기는 레이저 마커가 주력이다. 회사의 강점은 레이저 기술이다. 클리닝·트리밍(Trimming)·드릴링(Drilling) 등 여러 공정 과정에 이를 접목시켜 PCB·LCD·PDP·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레이저 장비 업체로 거듭났다.
한미반도체(대표 곽동신)는 반도체 패키지 절단 및 적재장치(S&P)로 지난 1999년 이후 세계 시장 1위로 올라서며 독보적 입지를 구축했다. 반도체 패키징 묶음을 절단해 세척·건조·검사·선별·적재하는 핵심 기술력을 가졌다. 신사업으로 차세대 기술 플립칩(FC)의 핵심인 본딩 장비를 노렸다. 향후 실리콘관통전극(TSV) 시대에 대비하고자 FC 본딩장비에 열압착 기능을 더해 정밀도를 높인 TC(Thermo Compression)칩 본더도 개발 중이다.
조현대 한국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대표는 “근본 기술력을 확보하는 건 기본이고 이를 어떤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업화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이를 세계 시장에 알리는 마케팅 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