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약물도 피해갈 수 없다.”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도핑 테스트를 전담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센터장 권오승)가 바빠졌다. 이번 대회에서 아시안게임 역대 최대 규모의 도핑 테스트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대회 기간 동안 총 1920건의 도핑 테스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1500건보다 약 30%가량 늘어난 수치다.
검사 횟수뿐 아니라 검사 방법도 다양해진다.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신종 약물과 복용법이 꾸준히 등장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근육량을 늘리거나 집중력 향상을 위한 약물 복용, 체중 감량을 위한 약물 등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논가스를 흡입하는 방법 등이 새로 등장했다. 제논가스는 호르몬의 일종인 에리스로포에이틴(EPO) 생성을 촉진하는 기능이 있다. EPO는 적혈구를 생산하는 세포 분화를 촉진해 혈액의 산소 용적을 늘리고, 근육의 지구력을 높여 운동능력을 향상시킨다. 새로운 테스트가 추가되면서 센터 준비도 늘고 있다.
도핑 테스트는 경기 중 1621건을 실시하고, 경기전 선수촌 등에서 299건을 실시한다. 검사 종류별로는 소변검사가 1600건으로 가장 많고, 적혈구 생성 촉진 관련 검사와 혈액 검사를 각각 160건씩 진행할 계획이다.
경기 전후 채취한 시료는 KIST 도핑컨트롤센터로 옮겨져 24시간~72시간 이내에 분석한다. 분석결과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통보된다.
센터는 국내 유일의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공인인정기관이다. 서울 아시안게임과 서울 올림픽을 앞둔 1984년 설립됐으며, 서울 올림픽에서 100m 금메달을 차지한 벤 존슨(캐나다)의 금지약물 복용 사실을 밝혀내는 등 성과를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도 정확하고 빠른 분석을 위해 6명의 정규 연구원과 대학생, 자원봉사자까지 포함해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권오승 KIST 도핑컨트롤센터장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체계적으로 준비해온 만큼 차질 없이 도핑 테스트를 진행하겠다”며 “금지약물 리스트나 복용법 등이 계속 진화하고 있어 이에 맞춘 반도핑 검사법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하고, 도핑 연구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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