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팅 기술은 미래 의료·바이오 산업 혁신을 주도할 핵심 기술로 꼽힌다. 정확한 맞춤형 보형물 생산은 물론이고 인공 장기·조직 생산도 기대된다. 일부 선진국이 가능성을 제시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기술 경쟁에 가세했다.
3D프린터로 인공 조직을 만드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3차원 틀을 찍어낸 뒤 그 안을 인간 세포로 채워 발육시키는 방법과, 줄기세포 등 생체재료를 직접 출력해 곧바로 인공 조직을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세계적으로 두 가지 모두 시도되고 있고 성공 사례도 나왔다.
영국 헤리엇와트대 연구팀은 최근 3D프린터로 인간 배아줄기 세포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줄기세포와 배양액을 섞은 ‘바이오잉크’로 찍어낸 세포 구조물이 줄기세포 특성을 유지한 것이다.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는 3D프린터를 이용해 인공 혈관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미국 메사추세츠종합병원 연구팀은 3차원 귀 모형에 소의 콜라겐 결합조직과 양의 귀 연골세포를 입히는 방식으로 ‘인공 귀’를 만들었다. 오랫동안 인공장기 생산을 연구해온 미국 웨이크포레스트그룹 재생의학연구소도 3D프린팅 기술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 의료계의 3D프린터 활용도 활발하다.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은 지난 1일 3D프린터로 만든 인공 얼굴뼈 보형물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생분해성 재료로 만든 그물 형태 구조물로, 함몰 부위를 지지하는 인공뼈 역할을 하다가 환자 뼈가 재생되면 체내에서 분해된다. 3D프린터로 생분해성 재료를 직접 출력한 국내 첫 사례다. 병원은 환자 예후를 살펴 조만간 안착 여부를 최종 판명할 계획이다.
이 병원 심뇌혈관센터는 지난 8월 고난이도 대동맥질환 수술 계획 수립에 3D프린터로 만든 대동맥 모형을 활용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3D프린터로 만든 인공 기도 지지대를 환자에 이식,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3D프린팅 인공 보형물을 체내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세브란스병원은 두개골 결손 환자 수술에 타이타늄 소재 3차원 출력물을 활용했다.
정부도 3D프린팅 기술과 바이오 기술(BT)을 융합한 신산업 창출에 시동을 걸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6월 ‘신산업 창조 프로젝트’ 신규과제 중 하나로 3D프린팅을 선정했다. 체내 이식형 생분해성 의료 제재를 제작할 수 있는 독자 3D프린팅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1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시행한 이식 수술도 이 과제 일환이다. 이밖에 3D프린터에 쓸 수 있는 생체 적합 복합 재료를 개발하고 안전성을 검증한다.
기술 개발을 통해 신산업을 창출하는 것이 프로젝트 목표인 만큼, 기술사업화 전문가단을 활용해 2년 내 신제품과 신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전문가단은 과제 사업단 선정 단계부터 기술제안서를 평가하고, 시장 분석·기업 인큐베이팅 등 후속 작업을 지원한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