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을 이루는데 밑거름이 된 산업단지(산단)가 어언 탄생 50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오는 19일까지 국제콘퍼런스 등 다양한 행사를 벌인다. 우리나라만큼 산단이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나라도 드물다.
서구와 달리 우리는 산업화 초기부터 개별입지 보다 관련 산업을 집적한 산업단지형 개발전략을 시행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산단 수는 1033개다. 일반산단이 528개로 가장 많고 국가산단이 41개로 가장 적다. 농어촌 소득증대를 위해 80년대부터 만든 농공단지도 453개 있다. 여기에 산업구조 첨단화에 발맞춰 조성한 도시첨단산단도 11개 있다.
이들 산단은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전국 제조업 생산의 69%와 수출 81%, 고용 47%가 이들 산단에서 이뤄지고 있다. 우리가 외환위기 등 여러 경제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이들 산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50년간 산단은 시대별 주력산업을 수용하면서 발전해왔다.
태동기인 60년대에는 근대국가 건설을 목표로 서울·부산 등 대도시 인근에 투자가 이뤄졌다. 산업단지 1호로 평가받는 구로단지도 이때 조성됐다. 70년대에는 중화학공업 육성과 공업벨트를 중심으로 창원 등 지방도시에 대규모 공업단지가 들어섰다. 80년대에는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해 군산·대불 등 서남권에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됐다. 이어 90년대에는 산업구조 고도화와 지속적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광주·전주·강릉·오창에 첨단과학단지가 선보였다. 2000년 이후에는 다양한 첨단 산업 추세에 맞춰 도시형과 생태형 산단이 등장했다.
반세기를 맞은 국내 산단은 이제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단순 생산기능 집적지에서 벗어나 지식과 정보가 넘치고 창조와 혁신이 선순환하는 협력의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
40대 이상 근로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화도 큰 숙제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이번에 마련한 50주년 기념행사는 그래서 더 의미가 크다. ‘산단의 미래 50년’이 제대로 조망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
방은주 전국취재부장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