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수리비가 비싸다는 불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수입차가 유행하면서 불만은 더 커졌다. 근본 대책은 부품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좋은 대안 가운데 하나가 ‘재제조 부품’이다.
재제조 부품이란 사용하던 부품을 새 것처럼 수리해 다시 쓰는 것을 말한다. 분해-세척-검사-수리-재조립의 다섯 단계를 거친다. 세척 정도만 한 뒤 다시 사용하는 중고품과는 격이 다르다. 신제품과 유사한 품질이 장점이다. 연초 메르세데스-벤츠도 우리나라에 재제조 부품을 공식 출시했을 정도로 신뢰도가 높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신품의 50~60%에 불과하다. 자동차 수리비 인하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재제조 부품 산업이 발달하지 않았다. 2005년에야 허용돼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지난해 자동차 사고 보험수리 금액에서 재제조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0.3%도 되지 않는다. 주변에서 재제조 부품으로 차를 수리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통계적으로 우리나라는 제법 차 재제조 부품 산업이 발달한 축에 든다. 지난해 7200억원 규모다. 전체 보수용(AS) 부품 시장의 25%나 된다. 미국(50조원)이나 유럽연합(11조원)에는 물론 뒤처지지만 역사가 긴 일본(1조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10년만에 뛰어난 성과를 올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통계적 착시일 가능성이 높다. 엄밀히 따지면 우리나라에 정확한 차 재제조 부품 산업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7200억원이라는 숫자는 재제조와 중고 부품 산업을 뭉뚱그려 계산한 것이다. 아무도 정확한 시장 규모와 종사자 수를 모른다. 대략 절반에 못 미치는 3000억원 정도를 재제조 몫으로 어림잡을 따름이다.
이런 상황이니 차 재제조 산업을 발전시키자고 외쳐봐야 통할 리 없다. 통계만 봐서는 분명 선진국 축에 드는데 누가 지원해주려 하겠는가. 통계는 모든 정책의 기초 중 기초다. 진정 차 재제조 부품 산업이 성장하길 바란다면 정확한 통계를 갖추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