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애플, 아마존, 알리바바…’
현재 세계 IT시장을 호령하는 공룡 기업들도 미약한 스타트업의 시절이 있었다. 남의 집 차고 한 귀퉁이에서 시작해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 길이 남을 혁신의 역사를 써나갈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창업’이다. 글로벌 시장은 오늘도 창업 열기로 뜨겁다. 창업에 있어서 ‘실패’는 더 나은 결과를 위한 자양분이 된다지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방법도 많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인도, 이스라엘 등 창업을 권장하는 국가의 정부와 민간은 저마다 체계적인 방식으로 이들의 잠재력을 깨워내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Y콤비네이터-500스타트업’
미국 실리콘밸리의 가장 대표적인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은 민간 플랫폼인 ‘Y콤비네이터’와 ‘500스타트업’이다. Y콤비네이터는 아이디어 제안팀의 역량을 육성해 투자자와 연결해주는 플랫폼 업체다. 벤처투자가 폴 그레이엄이 2005년 설립했다. 선정된 아이디어 팀에게 3개월 간 교육, 업계 전문가 및 후원자와 교류, 최대 2만달러 후원금을 지원한다.
Y콤비네이터는 배출한 벤처기업 위상이나 수익 규모 면에서 미국 최고 투자 플랫폼 업체로 자리매김했으며 ‘드롭박스’ ‘제로케이터’ ‘에어비앤비’ 등 500여개 벤처 기업을 배출했다.
500스타트업도 이와 유사한 벤처캐피털 및 액셀러레이팅 업체로 한국 SNS 스타트업 ‘비트윈’에 투자를 결정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국내 기업도 실리콘밸리 등에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센터를 설립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 제안을 독려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서니베일에 11개 이상 업체가 동시 입주할 수 있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센터 ‘이노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이 곳에 2개사가 입주를 마쳤다. 이노파트너스는 통신관련 각종 혁신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초기 단계부터 지원해 회사의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는 게 목표다. 주로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분야에서 발굴하며 헬스케어, 보안, 반도체 등 신성장 사업분야도 지원 대상이다.
인큐베이팅 이외에도 실리콘밸리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기업가 정신센터가 1998년부터 전 세계를 순회하며 매년 여는 ‘글로벌 스타트업 워크숍’도 그 중 하나다. 이 자리에서는 창업에 성공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금융전문가, 벤처투자가, 교수 및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강연과 토론을 진행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 개최된 바 있다.
◇인도 ‘스타트업 빌리지’
인도는 일찍이 IT 아웃소싱으로 기술 강국의 명성을 얻었지만 최근 몇 년새 자체 기술과 서비스로 무장한 스타트업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2012년 케랄라주에 ‘스타트업 빌리지’를 마련한 인도 정부는 올해 투자를 강화할 방침이다. 스타트업 빌리지는 예비 창업가를 지원하는 벤처기업 육성 시설이다. 창업 아이디어를 모집하고 사업 모델을 다듬어 투자 연계 등을 거쳐 스타트업으로 키운다.
인도의 창업환경은 열악한 수준이다. 하지만 인도 출신 창업가들은 환경에 굴하지 않고 미국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잇따른 스타트업 성공 신화를 썼다.
테크크런치는 “구글과 애플같은 굴지의 IT기업도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며 “스타트업 빌리지는 제2의 저커버그를 후원하면서 향후 10년 이내에 1000개 IT기업을 설립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지난해 각국 기업가의 사업 능력을 보여주는 세계 기업가정신 발전기구 주관 ‘기업가정신 지수(GEDI)’ 조사에서 인도는 대상국 79개국 중 74위를 기록했다.
올해 페이스북이 인수한 애플리케이션 성능개선 스타트업 ‘리틀아이랩스’ 역시 인도 기업이다. 이 기술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페이스북 앱을 고성능으로 만들어준다.
◇이스라엘 ‘TI 인큐베이팅’
이스라엘 정부는 8년 주기로 경쟁 입찰을 통해 인큐베이터 운영 기업을 선정한다. 정부 심사를 거쳐 인큐베이터 운영을 허가받은 기업은 의무 운영기간 4년, 추가 운영기간 4년을 포함해 8년 동안 인큐베이터를 운영할 수 있다.
인큐베이터에 입주하면 예비 창업자는 인큐베이터에서 R&D 인프라, 경영 및 행정지원, 교육훈련, 투자 네트워크 등 창업 전반에 걸친 모든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현재 인큐베이터 입주기업 200개 중 자료 수집이 가능한 94개 기업의 세부 기술 분야별 분포를 살펴보면 헬스케어 등 생명과학 분야에 가장 많은 기업이 분포해 있다. 이 중 의료기기 분야가 가장 많고 치료학, 진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순이다.
이스라엘은 제약분야처럼 R&D부터 상품화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는 분야보다 의료기기, 진단시약, IT, 센서기술 등과 결합해 빠른 시일내에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에 집중하는 편이다.
이스라엘의 제약기업 ‘프로탈릭스’는 1995년 TI 인큐베이터를 졸업한 후 2007년 나스닥에 상장했으며 2012년 고셰병치료제인 ‘에렐리소(ELELYSO)’의 미국 FDA 승인을 받아 TI프로그램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박스〕한국 알짜 인큐베이팅 센터
국내에서 운영되는 대다수 인큐베이팅 센터는 국가지원 기관이지만, 사업 아이디어와 팀빌딩 부분에서 다소 미진한 초기 창업자들을 돕는 민-관 협력, 민간 인큐베이팅 센터도 있다.
이들 민간 창업 센터는 인큐베이팅과 액셀러레이션도 진행하지만, 창업자들의 정보공유 및 네트워킹 공간으로도 용이하기 때문에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아산나눔재단 ‘마루180’, 은행권청년창업재단 ‘D.캠프’, 네이버 등 인터넷 기업들이 연합해 개소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예비 창업자 및 초기단계 창업자들에게 문호를 활짝 열어두고 있다.
‘마루180’은 가장 최근에 개관한 민간 창·보육지원 센터다. 아산나눔재단이 주도해 선보인 마루180은 2012년 1월부터 기획에 들어가 1년 3개월 만에 오픈한 창업지원센터다. 입주 스타트업 오피스, 세미나실, 카페형 코워킹 스페이스 등 공간을 제공하고 벤처캐피털과 액셀러레이터 등이 함께 입주한 복합 창업지원센터 형태다.
이 곳에는 ‘플리토’와 ‘모두의 주차장’ 등 유망 스타트업 11개사가 입주해 있다. 이들 기업 외 5개 파트너사가 추가로 입주할 예정이다. 1층 카페형 코워킹 스페이스를 책임지는 마이크임팩트와 벤처캐피털 2개사(캡스톤파트너스, DSC인베스트먼트), 액셀러레이터 2개사(스파크랩, 퓨쳐플레이)가 그들이다. 이들 파트너사는 입주기업 및 외부 예비창업자와 스타트업에게 맞춤형 지원을 한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기업가정신센터 D.캠프(D.CAMP)는 지난해 3월 개관한 복합 창업 생태계 허브로 예비 창업자와 스타트업, 투자자, 각종 지원 기관 등이 협업하고 교류하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다.
D.캠프는 실리콘밸리 대표적인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인 Y콤비네이터와 500스타트업, 그리고 영국 런던 시드캠프, 싱가포르 JFDI 등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의 장점을 모델 삼아 협업, 보육, 네트워킹 등 창업 지원의 핵심 요건들을 한 자리에서 충족하기 위해 탄생한 곳이다.
D.캠프의 특색이라면, 멤버십 형태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D.캠프 멤버가 되면 협업공간 사용, 회의실 예약 및 사용, 회원 간 네트워크 기회 제공, 재단 및 센터 주최 행사 우선권 부여, 다양한 교육 및 멘토링과 컨설팅 기회 제공, 온라인 플렛폼 사용 권한 및 센터 공간 활용 우선권, 투자 및 인큐베이팅 대상 선정 시 가산점 등이 부여된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올해 3월 개소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인터넷 선도기업과 국내외 투자기관, 창업보육기관, 관련 협회와 단체, 미디어 등과 함께 유망 인터넷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민관 협력 네트워크다.
미래부 등 정부 및 공공기관, 얼라이언스에 참여 중인 다양한 투자기관과 창업보육기관 등이 상호 협력해 민관 협력사업 등 효과적인 스타트업 지원 방안을 발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스〕스타트업 빌리지가 탄생시킨 대표기업 ‘인모비’
‘인모비(Inmobi)’는 인도 스타트업 빌리지에서 탄생한 대표 스타트업이다.
검색 서비스로 시작해 모바일 광고 플랫폼으로 전환한 이 회사는 다국적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2009년 클라이너퍼킨스코필드&바이어스, 셰르팔로벤처스 등의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호주, 대만, 미국, 프랑스 등에 진출했다.
특히 2011년 중국 시장에 진입한 이후 7개월 만에 10배 가까이 성장하며 최고의 모바일 네트워크라는 명성을 얻었다. 현재 165개국 7억명에 가까운 사용자를 보유했으며 향후 2년 내 10억명 돌파가 목표다.
파이낸셜익스프레스는 “인모비는 전 세계 350명 이상의 엔지니어와 데이터 분석가를 보유해 구글과 애플에도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인모비는 최근 광고 구매 자동화 기술업체인 루비콘프로젝트와 손잡고 모바일 광고 거래 자동화 플랫폼인 ‘인모비 익스체인지’를 선보이며 사업 분야를 확장했다. 이 서비스는 단순한 배너 형태를 넘어 글, 동영상 등 광고 대상이 생산하는 콘텐츠와 유사한 형태로 제작한 광고를 다뤄 광고 기법의 ‘혁신’으로 평가받는다.
인모비 익스체인지는 네이티브 광고 물량을 자동 시스템으로 사고팔 수 있는 일종의 거래소 개념이다. 루비콘 프로젝트의 광고 자동화 클라우드와 연동돼 광고주와 앱 개발사 사이에서 네이티브 광고를 실시간 맞춤으로 구매할 수 있게 한다. 네이티브 광고란 배너 광고처럼 본래의 콘텐츠와 분리돼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사이트의 주요 콘텐츠 형식과 비슷한 모양으로 제작한 광고를 말한다.
나빈 티와리 인모비 창립자는 “루비콘 프로젝트사와 광고 자동화 클라우드와 파트너십을 통해 네이티브 광고의 가능성을 세계 곳곳에 위치한 모바일 광고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알릴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인모비는 지난해 MIT테크놀로지 리뷰에서 뽑은 ‘2013년 세계 50대 혁신기업’에 선정됐다. MIT테크놀로지 리뷰는 MIT에서 발행하는 114년의 역사를 지닌 학술지로 에너지 및 원료, 인터넷 및 디지털미디어, 컴퓨터 및 통신, 생의료, 교통 등 5개 부문에 걸쳐 삶의 변화를 가져올 혁신을 보여준 회사를 매년 50개씩 선정한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