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내비 ‘김기사’가 이젠 일본 시장 진출을 눈앞에 뒀다. 2011년 3월 첫 선을 보인 후 3년여 만에 국내 내비시장을 석권한 저력을 일본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본 모바일 내비게이션 시장은 아직 유료앱 위주로 기능이나 사용자화면(UI)도 국내 앱에 뒤처진다는 평가다. 반면 광고 시장은 국내보다 10배 이상 커 시장성이 충분하다는 게 김기사 개발사 록앤올(LOC & All)의 설명이다.
일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한 최우선 조건은 뭐니 뭐니 해도 품질이다. 일본 고객은 제품 선정에 매우 신중하다. 사소한 기능 하나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외면받기 십상이다. 일본 진출을 시도한 수많은 소프트웨어 업체가 좌절을 맛본 것도 이 때문이다. 록앤올은 철저한 준비를 거쳐 일본에서도 김기사의 인기를 이어간다는 각오다.
◇일본 KDDI에서 안정된 수익 기대
김기사 개발사 록앤올은 설립 때부터 해외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목표를 품고 있었다. 적어도 한국과 중국, 일본은 김기사 하나만 있으면 목적지를 찾는 데 문제가 없도록 하자는 꿈이 있었다. 내년 1월이면 이 꿈이 현실화된다. 일본 통신업체 KDDI의 앱 마켓인 ‘스마트패스’에서 ‘도라이비’라는 브랜드로 김기사가 출시된다.
스마트패스는 KDDI 고객만 쓸 수 있는 폐쇄형 앱 마켓이다. 가입자는 4000원 정도의 월정액을 내면 스마트패스에 입점한 유료 앱을 무한대로 쓸 수 있다. 현재 월정액 가입자가 1000만명으로 한달에 월정액으로 벌어들이는 수입만 400억원이 넘는다. 사용률에 따라 개발사와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다.
김기사는 내비게이션 앱으로는 세 번째로 KDDI에 입점한다. 한국 내비게이션 앱 중에선 처음이다. 이용자만 충분히 확보된다면 안정적인 고정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광고비를 벌어 투자비로 사용하는 수익 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스마트패스 입점 후에는 일반 앱스토어에도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일본 운전자의 운전습관, 일본 도로교통법 등 현지 맞춤형 작업이 한창이다. 연말까지는 모든 개발과 테스트가 마무리된다. 11월부터 일본 전역을 다니며 테스트가 진행된다.
박종환 록앤롤 대표는 “일본 고객은 워낙 꼼꼼하게 제품 품질을 보기 때문에 우리도 더 세세하게 테스트를 진행해야 한다”며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내년부터는 일본에서 큰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료 위주 일본 시장, 가능성 충분
록앤올은 지난해 10월 일본 벤처캐피탈 사이버에이전트벤처스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일본 기업에서 투자를 받은 이유 중 하나는 일본 사업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이후 12월 처음 일본을 방문해 야후재팬을 비롯한 여러 현지 회사 관계자를 만났고 시장 파악에 착수했다.
박 대표는 “우리가 사업을 할 환경이 되는지를 분석해봤는데 막상 가보니 일본은 2010년 록앤올을 처음 창업할 때 우리나라 환경과 비슷했다”며 “모바일 내비게이션 앱은 매월 많은 사용료를 내는 유료였고 소프트웨어도 아직은 스마트폰에 최적화돼 있지 못했다”고 말했다.
구글 맵 기반 내비게이션이 있지만 사용이 불편하고 차량보다는 도보용으로 많이 쓰인다. 특별한 대안이 없어 상당수가 여전히 값비싼 차량용 거치형 내비게이션을 쓰고 있다. 박 대표는 무료로 김기사를 출시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일본 진출 작업은 급물살을 탔다. 록앤올은 지난 3월 일본 사업을 총괄할 담당자를 채용하고 5월엔 법인을 설립했다. 내비게이션에 가장 중요한 맵 데이터 확보를 위해서 올 초부터 현지 맵 제작사 ‘쇼분사’와 협의를 거쳐 계약을 체결했다.
실시간 교통정보는 당분간 빅스센터에서 정보를 받기로 했다. 전국 교통정보를 수집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 고객이 확보되면 김기사의 강점 중 하나인 정확한 실시간 교통정보를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실시간 교통정보는 일본 내 또 다른 수익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일본 매출 목표는 100억원
짧은 기간 안에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지만 모든 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일본 내 인지도가 낮다 보니 재정적인 뒷받침이 되는지가 계약의 잣대로 평가됐다. 특히 교통정보는 일본 공공기관과 계약을 해야 했는데 처음엔 일본 법인의 신용도가 낮아서 거절당했다.
박 대표는 “회사 재정이 어려워지면 대금을 체불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처음엔 일본 투자사에서 보증을 서야 한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매달 2개월 치 사용료를 선불로 내겠다고 설득한 끝에 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어렵게 사업을 준비한 만큼 록앤올은 일본 사업이 회사 성장의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각오다. 지역 내 여러 업체와 제휴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 최근 일본 내 다양한 업체와 맛집이나 골프장, 미용실 등 특정 콘텐츠 정보를 공유하는 계약을 추진 중이다. 대형 업체 여럿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내년 일본 시장 매출 목표는 100억원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올린 매출의 두 배 이상이다. 일본 시장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해까지 추진하던 외주 개발 사업도 접었다. 올해는 적자가 나더라도 내년을 위한 투자로 여기겠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박 대표는 “일본 사업에서 성공을 거두면 중국이나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웨어러블 기기 등으로도 적용 분야를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록앤올 회사 연혁 자료:록앤올>
<김기사 가입자 수(단위:만명) 자료:록앤올>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