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시장 주연으로 성장한 e러닝 中] 첨단산업 새먹거리, 가상훈련시스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2009년 영화 ‘아바타’에서 주인공 제이크 설리는 외계 행성 판도라에서 자원 채굴 임무를 맡는다. 하반신 마비의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는 자원 채굴을 위해 판도라 행성의 독성을 견딜 수 있고, 원격 조종이 가능한 생명체 ‘아바타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영화 아바타와 같이 극한 작업환경을 가상화해서 실감나는 훈련 시뮬레이터가 개발·운영되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군인을 대상으로 한 가상전쟁훈련이 대표적이다. 선진국에서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훈련시스템을 결합한 가상훈련시스템(이트레이닝)을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개발하고 있다.

가상훈련시스템은 국방·산업·의료·재난 현장과 유사한 가상환경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해 마치 실제와 같은 몰입감과 체험을 제공해 효과적이고 안전한 훈련을 가능하게 한다. 비용절감과 함께 생산성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헬기조종을 실제로 배우는 데 시간당 2000만원의 비용이 든다면 가상훈련은 100만원에 가능하다.

세계적으로도 산업분야에서 운용되는 시설이나 장비가 거대화·복잡화 추세가 심화되면서 운영 인력의 양성 및 전문화를 지원할 수 있는 직무 훈련시설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사고 발생 시 엄청난 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핵발전소, 플랜트, 철도 등 사회 기간시설일수록 실제상황 같은 교육은 어려운 대신에 직무 교육 필요성은 더 크게 요구된다.

특히 과거에는 용접이나 굴삭기처럼 고비용·고난이도 직무 훈련에서 적용되던 가상훈련시스템이 인지과학, 센서, 디지털 콘텐츠 같은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공공의료, 재난대응을 비롯해 대중적 엔터테인먼트 분야로도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실제 골프장 전경을 가상현실 영상으로 재현하고, 사람과 골프공의 움직임을 모션인식으로 추적하는 ‘스크린 골프’도 가상훈련시스템의 일종이다.

가상훈련시스템은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고, 기업 시장(B2B) 위주로 성장해와 진입장벽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수요가 많은 해외에서도 최첨단 군사장비와 같은 독점적 제품에 부가되는 시스템으로 일부 선진기업이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직 시장 도입 초기단계로 다품종, 소량생산의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상황이다. 시장 규모는 2012년 기준 1조1391억원에서 2015년 1조4735억원으로 성장이 예측된다. 국방 시뮬레이터 시장이 중심을 이루며 크레인 운전, 도장, 용접 등 산업분야에서 일부 도입이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기업이 중소·벤처기업이기 때문에 독자기술 및 제품 개발에 한계가 있다. 300여개 관련 기업 중 매출 100억원 이상의 기업이 10개 미만이고, 70% 이상이 50억원 미만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창조경제 견인을 위한 13개 산업엔진프로젝트 중 하나로 ‘가상훈련시스템’을 선정했다. 또 지난 5월 ‘가상훈련시스템산업포럼’이 창립돼 4개 분과위원회로 구성돼 발전방안을 모색 중이다. 17일 열리는 ‘2014 이러닝 코리아’에서도 가상훈련시스템 기업이 참가해 기술시연에 나설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뛰어난 IT와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체계적 지원이 뒷받침되면 세계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준희 이노시뮬레이션 대표는 “가상훈련시스템은 대표적 융복합산업으로 첨단기술과 접목돼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 접목이 가능해졌다”며 “해외에서는 시뮬레이터만으로 연간 2조~3조원의 매출을 내는 대기업부터, 유럽에는 연간 2000억~3000억원 매출을 내는 중견기업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과거에는 정부 차원에서 가상현실(VR)원천기술 확보에 많은 연구개발을 투자했다면, 이제부터는 실제 사업화, 상품화가 가능한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인증제 마련같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