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비카드뮴계 퀀텀닷(QD·양자점) 디스플레이를 극비리에 독자 개발해 왔다. 일찌감치 제품 차별화를 위한 비장의 카드로 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QD TV 첫 작품부터 자체 개발한 QD를 적용할지, 아니면 이미 상용화된 카드뮴계 QD를 적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5년여 전부터 삼성종합기술원을 주도로 비카드뮴계 QD 소재 및 필름 제조 관련 원천 기술 개발에 주력해 온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기존 QD는 유해성 광물인 카드뮴계 화합물이어서 사용이 엄격이 제한되고 있어 비용과 안정성 등이 문제시돼 왔다.
QD는 스스로 빛을 내는 나노미터(㎚) 크기의 반도체 결정체로 자발광이다. 물질 종류를 바꿀 필요 없이 크기 조절을 통해 빛의 색깔을 조절할 수 있어 훨씬 간단한 구조로 발광체를 만들 수 있다. 화학적으로 합성된 무기물이기 때문에 유기물 기반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대비 상대적으로 수명이 길고 가격도 저렴하다.
삼성전자는 기존 카드뮴 기반 QD로는 차별화하기 힘들다고 판단, 비카드뮴계 QD 개발에 승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비카드뮴 QD를 생산하는 기업으로는 미국 다우케미컬이 유일하다. 이 회사는 비카드뮴계 QD 제조 기술을 갖추고 있는 영국 소재기업 ‘나노코(Nanoco)’와의 협력으로 제품 판매를 독점하고 있다. 삼성 역시 이 회사와 상용화 관련 논의를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QD 소재를 이들로부터 공급받으면 필름 제조 기술만 확보하면 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소식통은 “삼성 종합기술원 주도로 QD 소재부터 필름 제조기술까지 전방위적으로 연구 개발해 왔다”며 “일정 기술에 대한 개발이 상당부분 진척됐지만 아직 대규모 양산 기술력까진 확보하진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특허 장벽 탓에 이미 상용화돼 있는 비카드뮴계 QD를 먼저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독자 개발한 비카드뮴계 QD로 대체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아닌 삼성전자가 QD를 직접 챙기는 데는 현재 QD가 LCD 패널의 광원인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유닛(BLU)에 적용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QD를 LED 백라이트에 적용하면 RGB(red·green·blue) 3원색을 모두 사용한 백색 LED 대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청색 LED만으로도 백색을 구현할 수 있다. QD가 청색 빛의 일부를 빨간색과 녹색으로 변환시켜 백색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구현 방식으로는 △LED 백라이트 소자에 QD를 직접 부착하는 온-칩 방식 △튜브 형태의 QD를 LED 백라이트와 도광판 사이에 탑재하는 온-에지 방식 △QD가 적용된 광학필름을 BLU에 적용하는 온-서피스 방식 등이 있다. 국내 업체들은 대량 생산에 용이한 온-칩, 온-서피스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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