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사업 1년 맞는 우본, ‘폰’이 아니라 ‘신뢰’를 팔았다

‘가입자 수 13만4000명, 전체 알뜰폰 시장 점유율 3.6%.’

오는 27일 알뜰폰 수탁사업 1년을 맞는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가 지난 8월까지 거둔 성과다. 국내 전체 알뜰폰 가입자 388만명과 비교하면 적은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우정사업본부가 오는 27일 알뜰폰 수탁사업 1주년을 맞는다. 우체국 알뜰폰 판매는 알뜰폰에 대한 고객 인식이 전환되고 신뢰도가 높아지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다. (사진=전자신문 DB)
우정사업본부가 오는 27일 알뜰폰 수탁사업 1주년을 맞는다. 우체국 알뜰폰 판매는 알뜰폰에 대한 고객 인식이 전환되고 신뢰도가 높아지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다. (사진=전자신문 DB)

우본은 수탁사업을 시작한 이래 우체국이라는 단일 채널로 매달 평균 1만2000여 알뜰폰 가입자를 유치했다. 28개 알뜰폰 사업자 중 매달 가입자가 1만명 이상인 곳은 SK텔링크, CJ헬로비전 등 거대 자본과 유통채널을 가진 두세 개 대기업 계열사뿐이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알뜰폰 판매 우체국이 200여곳에 불과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 의미 있는 결과다.

우본에 입점한 6개 업체는 평균 가입자 수가 10%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한 수치보다 ‘신뢰성 확보’에 더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저가 요금제는 제품 품질도 떨어질 것이라는 인식을 전환하고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우본이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아이즈비전 관계자는 “알뜰폰 제도는 2011년 7월 도입됐지만 아무리 통신사와 같을 망을 쓰고 품질에 차이가 없다고 설명해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국가기관인 우체국에서 판매를 시작하자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알뜰폰에 대한 신뢰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금도 각 사업자의 정확한 사명은 잘 모르고 ‘우체국 알뜰폰’이기 때문에 믿고 쓰는 가입자가 많다는 게 이 관계자의 얘기다.

김홍철 스페이스네트 대표는 “지난해 초만 해도 설문조사를 하면 열에 아홉은 알뜰폰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며 “하지만 우체국을 통해 알뜰폰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이후 인식 전환과 신뢰도 제고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판매 수수료를 많이 남겨야 하는 일반 판매점은 알뜰폰 마케팅에 적극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소 알뜰폰 업계가 우체국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년간 우본은 안정적인 알뜰폰 판매 서비스 정착에 주력해왔다. 앞으로는 품질 제고와 외연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7월 이후 판매 우체국을 659개로 늘리고 전국 읍·면까지 확대했다.

최근 기존 6개 업체와 재계약을 마무리 지었고 다음 달 5개 업체를 추가 선정한다. 다양한 초저가 요금제도 더욱 늘릴 계획이다. 우체국 예금과 보험 등 금융상품과 알뜰폰을 연계해 혜택을 제공하는 등 고객 서비스도 강화한다. 향후 공정한 업체 선정과 상품이 늘어나는 데 따른 안정적인 서비스 유지가 과제로 남았다.

임낙희 우정사업본부 국내우편과장은 “알뜰폰에 대한 인식과 신뢰를 높여 대통령 공약인 가계 통신비 절감에 우본이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말이 있듯이 알뜰폰 업계가 소비자 요구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우체국이 이를 판매하면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8월 말 기준 전체 알뜰폰 가입자는 388만명으로 이번 달 400만명을 넘어서고 연내 약 45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우체국 알뜰폰 가입자는 4% 수준으로 18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