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여러 부문에서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이미 한국 경제와 사회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고, 기존 체제가 상당히 깊이 뿌리내리고 있어 변화를 성공시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근본을 바꿔야 현재의 어려움에서 벗어나 국가를 번영시킬 수 있다.
국가운영철학은 법과 제도에 반영돼 있다. 이미 시효가 다한 기존 법과 제도를 모두 시류에 맞게 바꿔줘야 한다. 제조업 중심사회, 정부주도 중심사회, 수직적 갑을관계 사회 등 기존 패러다임을 현재 상황에 맞게 선진화된 시스템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우선 정부주도 국가에서 민간주도 국가로 운영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현재 정부가 규제개혁을 열심히 추진하고 있는데, 민간의 창의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개혁이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 규제개혁위원회를 대폭 개편하고, 규제개혁법을 국민행복과 일자리 창출 목표로 개정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국가 공무원들의 행정 업무 철학이 소극적, 현상유지적 사고방식에서 적극적이고 국민행복 추구적으로 변화하도록 규제개혁법안과 규제개혁위원회의 기능이 개편돼야 한다.
둘째, 제조업 중심 유형경제가 전 세계적으로 이미 무형서비스경제로 전환된 상황을 반영해 산업 관련 모든 법·제도를 무형경제 중심으로 개정해야 한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발전법, 공공성 중심의 각종 서비스 법·제도를 서비스 중심, 산업성 중심으로 개정해야 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조속한 제정은 물론이고 서비스혁신법, 서비스인재법 등 서비스 3법 제정이 필요하다. 유형 경제와 매우 다른 특성이 있는 무형의 서비스산업 진흥을 위해서는 서비스업에 맞는 옷을 입히고, 맞는 규칙을 만들어줘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고, 창조적 산업발전이 가능해진다. 플레이하는 상황과 복장과 도구가 규칙과 맞지 않는다. 축구 규칙을 지키면서 야구를 잘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서비스산업 진흥이 어렵고, 오히려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국가계약법의 최저가 입찰제 등을 손질해야 한다. 정부가 사용하는 물품을 구매할때는 최저가입찰제가 유용하지만,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용역을 구매하는 데 가격 조건을 중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가격비중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가격은 중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정부가 용역구매대행을 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계약은 정부조달계약이 아닌 행정계약으로 처리해야 한다. IT서비스나 디자인을 비롯한 서비스 용역 계약은 그 가치가 무형적이며, 또 수명주기 동안의 전체 비용으로 가격을 판단해야 한다.
즉 개발 및 설계비용과 수명주기 동안의 유지보수 비용을 모두 합친 총비용을 기준으로 행정계약을 해야 한다. 개발비를 많이 들여 유지보수 필요성을 줄이는 방향이, 개발비를 작게 들여 결함 많은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보다 국가와 국민에게 훨씬 이득이다. 하지만 지금의 국가계약제도 하에서는 이런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 조달계약이 아닌 행정계약으로 전환하고, 예정가격을 전체 수명주기 동안의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산정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또 학술용역 등 정부에서 발주하는 많은 서비스 직무 관련 사업에서 인건비 기준 단가를 제시해 준수토록 요구하거나, 투입되는 단순 인원수를 기준으로 인건비를 계상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유형의 산출물을 생산하는 직무와 달리 비가시성이 특징인 서비스 직무는 인당 생산성이 매우 크게 차이나기 때문에 우수 인력의 높은 생산성을 인정해줘야 추가적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우수 인력의 초과생산성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우수 인력을 산업 내로 유인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돼 양질의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기 때문에, 초과생산성을 인정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 핀란드가 한때 청년실업률이 34%까지 치솟자 국가운영 패러다임을 전환해 지금의 지식기반서비스 중심국가로 성공하였듯, 우리도 실업률이 높아지는 지금 즉시 국가 운영 패러다임을 선진화해야 한다. 인적자원을 우대하는 일은 인적자원 강국인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법 체계와 관련 법령 개정이 즉시 필요하다.
김현수 국민대 교수(서비스산업총연합회 정책부회장) hskim@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