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구글의 모바일 산업 독점 폐해가 정부 역차별적 규제 때문에 발생했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인터넷 산업 생태계를 위해서는 제도를 개선해 국내외 기업 간 형평성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18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장병완 의원 주최로 열린 ‘구글 독점, 국내 역차별 한국 ICT 현실과 해법 모색’ 토론회 발제로 나선 황태희 성신여대 교수는 “구글의 세계 모바일 운용체계(OS) 점유율이 53%인데 반해 국내점유율은 90%에 이른다”며 “이 차이는 국내 기업에 극도로 불리한 역차별적 정부규제들 때문”이라고 밝혔다. 황 교수는 “구글은 자사 모바일 OS 플랫폼인 안드로이드를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자사 앱 선 탑재와 제3자 앱 등록 거부, 앱 마켓의 높은 수수료 등 소비자 선택권과 이익을 저해하는 불공정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병완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상위 앱 10개 중 스마트폰에 미리 들어가 있는 비중이 7개에 달하고 이용자 수도 전체 1941만명 중 1348만명으로 70%(2014년 4월 기준)에 육박한다. 이 중 구글 앱이 6개로 선 탑재 행위가 앱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 탑재 앱 인기 이유에 대해 황 교수는 “구글이 플랫폼 지배력을 통해 앱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선 탑재 방식으로 자사 앱을 사실상 끼워 팔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환 SK플래닛 디지털콘텐츠 사업부장은 국내 법제도가 국내와 해외 사업자에 공정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사업부장은 “국내 사업자는 법규를 지키는 반면 절대적인 시장점유율을 가지는 구글 등 해외 사업자가 법규를 우회하거나 느슨하게 적용하고 있어 법 제도 취지가 무색하다”고 말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역차별로 구글이 우월적 사업자 지위에 오른 것”이라며 “개발사는 구글 플랫폼 안에서 불이익을 볼까봐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 간 서비스 공급이 용이한 플랫폼 시장에서는 유럽연합처럼 우리 정부도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장병완 의원은 “외국 서비스에 가려 국내 인터넷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며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의 다른 잣대의 법령 적용이 그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독과점 시장에 대한 제재가 세계적 추세지만 국내에선 이런 노력이 부족하다”며 “정부가 국내법 적용의 한계가 있다는 핑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법을 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