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 아시안게임이 지난 19일 개막했다. 모처럼의 국제 스포츠 행사며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의 면모를 자랑할 기회다. 주관 통신사인 SK텔레콤은 ‘역대 최고 ICT 대회’를 보여주겠다며 끊기지 않는 모바일 IPTV이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주관 방송사인 IHB는 일부 경기를 풀HD보다 4배 더 선명한 4K UHD(초고해상도)로 제작해 송출한다.
한 달 뒤 부산에서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가 열린다. 세계 ICT 정책 수장들이 4년마다 모여 중요한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여기에서도 기가인터넷, 근거리무선통신(NFC), UHD방송 등 첨단 정보통신방송서비스가 선보인다.
인천과 부산을 찾은 외국인들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동영상 시청, 결제, 통역까지 이뤄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아마도 미래 ICT를 실감할 것이다. 자국에 한국과 같은 인프라가 빨리 깔리길 기대할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분명 자랑스럽다. 하지만 예서 그쳐선 곤란하다. 구경거리를 넘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ICT 강국’은 아직 한국 안에서만 유효한 평가다.
이 점에서 ITU 전권회의의 두 가지 의제를 주목한다. ‘ICT 융합’과 ‘사물인터넷(loT) 촉진’이다. ITU 가입 이래 우리나라가 처음 주도한 의제들이다. 외국 ICT를 도입해 빨리 구축해 성공하는 것과 새 ICT를 우리가 주도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관련 기술 산업을 우리나라가 먼저 이끌 수 있다는 얘기다. 인프라를 넘어 진정한 ICT 강국으로 가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외국인에게 선보인 첨단 서비스도 기술 수출로 이어져야 한다. 각국의 통신 규제로 인해 직접 서비스는 곤란하지만 관련 솔루션과 응용기술을 팔 수 있다. 해당 전문 업체의 노력뿐만 아니라 통신과 방송사업자, 정부의 다각적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외국 ICT 인프라 개선을 돕는다는 명분 아래 움직여야 이후 부가 시장까지 개척할 수 있다. 이런 것이 이뤄질 때 비로소 ‘ICT 강국’이라는 수식어를 우리도 자랑스럽게 붙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