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물자 사전판정 올해 또 최고치…업계 자율역량 높이는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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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출 기업이 전략물자 해당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관계 기관에 사전 판정을 의뢰하는 건수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사상 최대치에 이를 전망이다. 음지에 있던 전략물자 관리를 양지로 유인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앞으로는 업계의 자율 관리 역량을 높이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전략물자관리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수출 기업에 대한 전략물자 사전 판정은 지난 8월 말 현재 1만1933건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1만2966건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이 매월 1000건 이상의 사전 판정을 신청하는 것을 감안하면 곧 지난해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략물자는 대량 파괴 무기와 그 운반 수단인 미사일의 제조·개발·사용·보관 용도로 전용될 수 있는 물품·기술·소프트웨어 등이다. 사전 판정 등을 통해 전략물자로 확인되면 정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수출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대기업과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 일부만 전략물자 사전 판정을 신청했지만 2010년대 들어 매년 신청 건수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2009년 하락세를 보인 후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까지 5년째 사상 최대 사전판정 실적을 이어가는 셈이다.

사전 판정이 증가한 것은 보다 많은 기업이 전략물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지난해 사전 판정 신청 기업 가운데 신규 기업이 61%였다. 정부 차원의 각종 교육·홍보 사업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KT가 전략물자에 해당되는 무궁화위성을 신고 없이 수출한 사실이 드러난 것도 전략물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였다.

하지만 지금처럼 사전 판정 신청이 계속 급증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만큼 기업의 전략물자 전문 인력과 조직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관리 당국 측면에서도 제도 선진화에 쏟아야 할 역량을 폭증하는 판정 업무에 빼앗기는 비효율성을 야기할 수 있어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위:건)

※자료:전략물자관리원(해당 기간 판정 처리 실적 기준. 반려 조치 포함)

전략물자 사전판정 올해 또 최고치…업계 자율역량 높이는 정책 필요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