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년 사이 국내 보안 업계에는 때아닌 전략물자 바람이 불었다. 유관기관 차원의 전략물자 교육·홍보와 불법 수출 자진 신고에 이어 수사당국이 몇몇 기업의 위반 사례를 적발했기 때문이다. 종전까지 전략물자에 관심이 적었던 기업까지 자사 수출품의 해당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앞다퉈 전략물자관리원에 사전 판정 절차를 밟았다. 보안업계 해외 업무 관계자는 “지난해 수사기관으로부터 확인 전화를 받은 일도 있었다”며 “과거 수출품은 물론이고 향후 수출 예정인 제품도 전략물자 사전판정을 신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전략물자로 판정받은 수출품 중 정보보안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5년 전인 2009년 13.8%에서 2012년 42.9%, 2013년 66.8%로 각각 치솟았다. 올해도 지난 8월 말 현재 정보보안 품목의 비중은 70.9%에 달한다. 전략물자 특성상 정보보안의 연관성이 높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전략물자로 판정받은 제품 10개 중 7개가 정보보안 분야라는 것은 기형적인 구조다. 그만큼 보안 기업이 뒤늦게 전략물자 제도를 접했고, 이후 전략물자 관리를 위한 전문 역량을 갖추는 데도 미흡했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보안 업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전략물자관리원이 수출기업으로부터 사전판정을 신청받은 제품 중 실제로 전략물자에 해당된 것은 19.3%에 그쳤다. 올해도 8월 말까지 사전판정이 이뤄진 1만1993건 중 전략물자는 11.7%에 불과했다.
기업이 전략물자 제도를 인지만 했을뿐 정확한 개념과 범위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내부 전문인력이 없다보니 사전 판정 신청만 계속 늘어나는 실정이다. 정확히 모르니 불안한 마음에 일단 사전 심사를 신청하는 구조다. 수출기업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담당 인력이 부족한데다 그나마 전문성이 낮아 외부 기관에 의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따라서 초보 수출기업 대상으로는 종전처럼 전략물자 인지도를 높이는 지원을 유지하되 수출 경험이 많은 기업에 대해서는 자율관리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는 ‘투트랙’ 형태의 정책 강화가 요구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략물자관리원이 자율준수무역거래자(CP)제도와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홈닥터 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으나 아직은 수혜 범위가 크지 않다. 이들 지원 사업의 폭을 넓혀 기업의 자율관리 역량을 높이는 정책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인관 전략물자관리원장은 “수출 기업이 전략물자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을 넘어 전략물자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며 “이를 통해 기업의 자율관리 역량을 향상시켜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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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전략물자관리원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