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대한민국 금융산업 이끄는 `맞수`-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대한민국 금융산업이 ‘혼돈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해외 진출은 더디고, 내수시장은 과열 양상이다. 신용카드 고객정보 유출, KB사태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금융계 최고경영자(CEO) 리더십이 재조명받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산업 2세대 리더를 꼽자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맞수’로 통한다. 걸어온 길과 성향은 다르지만 선 굵은 리더십과 소통 능력으로 대규모 인수합병(M&A)과 조직 통합을 진두지휘하면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현장형 리더다. 밑바닥에서부터 오랜 시간 쌓은 경험과 몸으로 체득한 지혜가 경영의 과정에서 하나하나 녹아난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리더보다 명료하고 강하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을 반석 위에 올려놓을 것으로 기대되는 두 리더를 만나 고민과 열정, 미래를 담아본다.

◆대담=정지연 경제금융부장 jyjung@etnews.com

◆사진=윤성혁 차장 shyoon@etnews.com

◆정리=길재식 기자 osolgil@etnews.com

Q.(정지연 경제금융부장) 국내 금융시장이 정체기다. 먹거리 창출에 실패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인데, 하나금융지주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A.(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국내 금융시장은 저성장, 저마진 상황에 접어들었다. 성장 한계에 도달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익은 갈수록 악화되고 금융사 간 경쟁은 하루가 다르게 치열하다. 회장으로서 하나금융지주도 이 같은 상황을 뛰어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만다는 위기감이 있다. 그래서 생각한 게 ‘글로벌’이다. 글로벌 사업을 그룹의 핵심동력으로 정하고, 2025년까지 글로벌 부문 비중을 40%까지 확대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하나금융지주가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는 해외 네트워크다. 국내 금융사 중 가장 많은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통합으로 시너지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인도네시아 통합법인 사례처럼 해외 현지법인 간 물리적 통합 시너지를 높이고, 하나은행에 강점이 있는 스마트금융 노하우와 외환은행의 글로벌 영업 노하우를 접목시키는 다양한 시도를 해 나갈 것이다.

Q.(정) 외환은행 통합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외환 노조와 갈등도 겪고 있고, 노사 합의 위반이라는 일각의 견해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김) 제가 최근 ‘통합은 대박’이라는 비유적인 말을 꺼낸 적이 있다. 조기 통합은 대내외 위기 상황을 돌파하고 미래 성장기반을 확보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실제 조사를 해봤더니 비용절감과 수익증대 등 연간 3000억원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며, 두 은행이 통합하면 점포 수와 자산규모 등도 국내 리딩뱅크로 올라서게 된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독립 경영 체제 아래에서는 조직의 장기적 생존 기반 확보를 위한 체질 개선이 사실상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 일본 미즈호그룹이 투뱅크 체제에서 원뱅크로 통합을 시도한 것도 좋은 모범사례로 꼽힌다.

통합은 빠르면 빠를수록 시너지 효과가 크고, 그 효과는 직원 혜택으로 돌아갈 것이다. 임직원에게 비전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제 역할이다.

조만간 그룹 내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통합카드사가 출범한다.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외환카드와 모바일카드의 선두주자인 하나SK카드 결합은 색깔이 다른 만큼 융·복합 시너지가 상당하리라 예상된다. 카드통합법인을 그룹 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발전시킬 것이다. 앞으로 은행과 비은행 부문을 초월한 관계사 협력을 이끌어 내겠다.

Q.(정)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될 경우, 구체적인 시너지효과가 무엇인가.

A.(김) 가장 큰 시너지는 조기통합에 따른 규모의 경제 달성이다. 고객은 전국 1000여개의 점포망이 구축돼 더욱 확대된 은행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하나은행의 강점인 개인금융과 PB 등 자산관리 부문, 외환은행이 강한 기업금융과 외환부문을 융합한다면 금융상품은 물론이고 서비스까지 차별화가 가능하다. 주주에게는 그룹 주력사업인 은행 경쟁력 강화를 바탕으로 가치를 극대화해 드린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함으로써 마련된 투자재원으로 해외 시장 개척과 스마트금융 기반 디지털 혁신 투자 강화에 나설 것이다.

Q.(정)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데, 현재 준비 상황은 어떤가.

A.(김) 지난 3월 인도네시아에서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현지법인을 통합해 ‘PT Bank KEB HANA Indonesia’를 출범시켰다. 하나은행 현지법인은 중소기업 대출 위주 현지화 영업에, 외환은행은 한국계 기업 고객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있었다. 두 법인의 합병은 루피아 여유자금의 현지 중소기업 앞 대출 확대로 이어졌고, 당초 예상보다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촉발하고 있다. 통합법인은 인도네시아 내 톱 20 은행 진입을 목표로 설정했다. 아울러 소비자금융사업 진출도 추진 중이다.

중국에서도 하나은행, 외환은행 현지 법인 합병을 추진 중이다. 중장기적으로 ‘중국내 톱5 외자은행’이란 목표를 내걸었다. 신용카드, 펀드판매, 방카슈랑스 등 현지 리테일 비즈니스 확대를 검토 중이다. 북미시장은 하나금융에 전략적 요지가 될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인수한 BNP 은행을 중심으로 동북부 틈새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며, 네트워크 기반이 취약한 미국 서남부 지역의 성장전략도 동시에 추진할 방침이다. 캐나다는 성장유망 지역인 리치몬드에 점포를 신설하는 등 채널 확대를 꾀하고 있다.

아시아 신흥시장 공략도 동시에 추진할 것이다. 지난 8월 미얀마에서 하나은행이 마이크로 파이낸싱 회사를 설립했다. 인도는 외환은행이 첸나이 지점을 연내 개점한다.

하나금융그룹은 24개국 128개의 국내 최대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그 강점을 십분 살린다면 진정한 대한민국 리딩뱅크로 체질개선이 가능하다.

Q.(정) 취임 일성으로, 하나금융타운 조성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추진 상황은 어떤가.

A.(김) 2012년 2월에 하나금융타운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같은 해 12월 실시계획 변경 승인을 받았고, 2013년 3월엔 사업 추진 협약을 맺었다. 그리고 지난 7월에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하나금융타운 조성이 본궤도에 올랐다. 올해 말까지 전산센터 설계를 완료하고 건설(설계 및 가상시공)을 추진할 계획이다. 내년 전산센터 인허가와 착공을 시작해 2017년 1분기 전산센터를 준공할 방침이다. 같은 해 4분기 중 하나금융타운 조성사업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하나금융그룹이 인천 청라를 택한 것은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교두보 마련이다. 글로벌 분야 이익 비중을 40%로 끌어올리려면 그룹 내 집적화와 지리적 강점도 중요하다.

Q.(정) 인간, 그리고 회장 김정태는 어떤 사람인가. 스스로를 평가한다면.

A.(김) (웃음)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 CEO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리더에게는 구성원이 즐겁게 일하며 각자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끄는 ‘헬퍼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더 큰 방향을 잡아주고 대부분의 역할은 직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거대 조직이 굴러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면서 끝까지 직원의 의견을 경청하는 편이다. 아무리 능력 있는 리더도 모범적인 ‘팔로어(Follower)’들이 있을 때 빛을 발한다. 개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하나금융그룹은 전 직원이 참여해 ‘함께 성장하고 행복을 나누는 금융’이라는 미션을 만들었다.

Q.(정) 하나금융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A.(김) 앞으로 하나금융은 무엇을 먹고살 것인지 진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강점을 먼저 파악하고,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에 어떻게 다가설 것인지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야말로 2014년 가을 ‘구슬땀’을 흘리는 이유다.

하나금융그룹의 최대 강점은 해외 네트워크와 혁신을 주도하는 스마트금융 부문이라고 생각한다. 모바일뱅킹, 모바일카드, 모바일머니(하나N월렛) 등 한발 앞서 비대면 기반 스마트 채널 전략을 펼쳐왔다. 지난 2월에는 태블릿 PC를 활용한 브랜치 사업을 론칭했고, 하나SK카드를 통해 모바일서비스인 모비박스로 스마트금융 부문 앞선 금융사로 나름 인정받고 있다. 기존 영업점 중심의 마케팅은 스마트 환경을 받아들여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온라인, 모바일 등 디지털 채널을 오프라인 환경에 접목해 ‘옴니 채널’을 실현하겠다. 아울러 엄격한 리스크 관리 체계도 갖출 것이다. 이 원칙은 새로운 금융시장 개척과 해외진출 확대 전략에도 적용돼야 한다.

◇김 회장이 생각하는 하나금융지주 ‘스마트금융’의 미래

“금융사업은 앞으로 고객과의 첫 대면을 스마트폰으로 하게 될 것입니다. 하나금융그룹은 전자지갑과 모바일결제 사업을 그룹 차원에서 육성하고,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스마트금융 사업을 하나금융그룹의 최우선 경영과제로 지정하고, 투자 확대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존 오프라인 창구와 온라인 기반의 비대면 채널을 따로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융합한 ‘옴니 채널’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옴니 채널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어떤 장소에 있어도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기존 영업점 중심의 마케팅에 스마트환경을 융합해 업무 프로세스 개혁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즉, 고객 접점 기반의 ‘터치 포인트’를 만들어가겠다는 복안이다. 최근 IT기업의 모바일 결제 시장 진출에 대비해서 지급결제 분야 협력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는 스마트금융 분야 국가 규제도 유연하게 운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회장은 “해외 사업자가 국내 금융시장, 특히 지급결제 시장에 진입하는 부분에 대해 규제를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며 국내 금융사업자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마트폰은 이미 다른 산업군에서 1위 사업자를 없애기도 하고 후발사업자가 1위로 바뀌는 촉매가 되고 있다”며 “스마트금융에서 뒤처지는 금융사는 첫인상에서 뒤처지는 것과 진배없다”고 덧붙였다.

◇김정태 회장은?

[출생]1952년 부산 출생

[학력]

1971. 경남고등학교 졸업

1980 성균관대학교 법정대학 행정학과 졸업

[경력]

1994. 01. 하나은행 송파지점장

1997. 12. 하나은행 중소기업부장

1998. 12. 하나은행 지방지역본부 본부장

2000. 03. 하나은행 가계영업점 총괄 본부장

2001. 03. 하나은행 부행장보(가계고객사업본부)

2002. 08. 하나은행 부행장보(지원본부)

2002. 12. 하나은행 부행장(영남사업본부 )

2003. 09. 하나은행 부행장(가계고객사업본부)

2005. 03. 하나은행 부행장 겸 가계금융그룹 총괄 대표(상임이사)

2005. 12.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2006. 11. 하나대투증권 사장

2008. 03. 하나은행 은행장 겸 하나금융그룹 가계금융 비즈니스 부문 대표

2012. 03. (現)하나금융그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