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를 비롯해 영국,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인터넷 도박을 합법화하는 추세다. 수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커지는 시장을 산업으로 인정하고 세수 확보 효과도 누리겠다는 방침이다.
22일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2015년부터 온라인 도박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의회에 상정했다. 관리당국의 감독 하에 안전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개정안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들이 도박 중독에 빠져들지 않도록 보호하는 조치들을 담고 있다. 고위험 도박들은 관리당국이 중앙 등록제도를 만들어 문제가 있는 도박꾼들은 참여할 수 없도록 제한할 예정이다. 허가받은 온라인 도박 서비스 업체들은 총 매출액의 20%를 세금으로 납부하도록 돼있다. 이중 0.5%는 ‘도박중독펀드’에 기부하고, 1.5%를 게임 인증 예산으로 기부하게 된다.
현재 네덜란드 ‘도박 및 게임법’은 1964년 제정돼 50년간 정비되지 않았다. 현행법은 허가없이 도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는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 제정된 법이기 때문에 온라인 도박을 제공할 수 있는 허가권을 얻는 것도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음성적으로 온라인 도박을 즐기는 네덜란드 사람이 늘어나고 불법 도박 사이트가 생성돼 관리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 실제로 네덜란드 국민은 ‘comeon.com’과 같은 해외도박 사이트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이에 정부는 도박 정책의 방향을 아예 금지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 업체들에게 허가를 발급하고 요구조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에 따른 세수확보 효과는 네덜란드 정부가 노리는 또 다른 효과다. 프레드 티븐 안보정의부 차관은 “도박 및 게임법이 개정되면 약 75만명의 새로운 납세원이 생길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유럽권에서는 관리감독 지침을 따른다면 도박도 엄연한 ‘산업’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유럽의 온라인 도박 시장은 점차 규모가 불어나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H2 갬블링 캐피털에 다르면 네덜란드 내 도박 시장의 규모는 22억 유로로, 이 중 11%가 온라인 시장이다.
이에 올해 7월 EU 집행위는 회원국에 온라인 도박에 대한 합법화를 전제로 한 ‘관리 감독 강화 지침’을 발표했다. EU 집행위는 ‘온라인 도박에 대한 포괄적인 유럽 프레임워크’ 액션 플랜의 일환으로 강도 높은 소비자 보호조치를 규제화하라고 권고했다.
지침은 도박 웹사이트들은 소비자가 도박의 위험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본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미성년자들의 도박을 막아야 한다. 또 방송이나 전시를 불문하고 도박서비스의 광고 활동에 이들이 노출되지 말아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용자가 자신의 도박을 컨트롤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이번 개정안은 이 같은 EU 권고안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 외신 엘비세르는 “네덜란드 정부의 온라인 도박 합법화 정책을 주목하고 이용자 보호와 세수 확보의 두 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할 수 있을지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네덜란드 외에도 영국과 프랑스 등을 비롯한 EU 국가들과 미국에서도 세수 확보를 위해 온라인 도박을 합법화하는 주정부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9월 네바다주는 미국 최초로 온라인 도박을 전면 허용했고, 뉴저지주가 뒤를 이었다. 델라웨어·캘리포니아주 등도 허용할 태세다.
관련 업체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네바다주에만 벌써 수십 개 업체가 온라인 도박업 면허를 신청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온라인 도박 시장이 커지면 페이스북·애플·구글·MS 등도 이 사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한국은 도박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인식으로 인해 온라인 도박을 합법화하자는 목소리는 전무한 상황이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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