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KB사태에서 드러난 금융회사 제재시스템의 전반적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지주사 회장-행장간 역할 조정, 사외이사 기능과 책임 등을 포괄한 모범규준도 새로 마련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수개월간 업계를 강타한 KB사태를 계기로 당국 내부 시스템과 금융회사 지배구조 관련 문제점에 대한 집중 점검과 개선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우선 ‘오락가락 지연 감사’ 논란을 빚었던 제재시스템 개선이 이뤄진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임원회의를 통해 “KB사태 수습과정에서 제기된 제재절차 지연, 감사 항목 등 실효성 있게 개선하자”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장 자문기구로 돼 있는 제재심의위원회 기능 전환, 금감원과 금융위의 사실상 유사한 절차 반복 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번 기회에 제재시스템은 물론이고 지주사와 계열사를 아우르는 통합적 감독과 검사시스템, 금융당국의 업무절차 전반에 이르는 전 과정의 재점검과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옥상옥’ 논란을 빚은 금융지주회사 체제와 ‘거수기’ 지적을 받아온 이사회의 실질적 역할과 책임강화 방안도 마련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향을 담은 가이드라인 성격의 모범규준을 마련해 연내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지주회장 1인의 절대 권한을 제한하고 단순 거수기 역할만 해온 사외이사에 대한 외부평가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으로 꼽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 CEO의 자격기준과 후보추천 절차 등 CEO 승계원칙을 만들기로 했다”며 “가능한 새로 선임될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장 선임 절차부터 이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범규준에는 금융사 위험관리, 경영진의 이해상충 행위감독 등 이사회 역할을 뚜렷이 명시하고 CEO자격기준·후보추천절차 등 CEO승계원칙 수립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사외이사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매년 이사회 재신임평가를 하고, 전문성 강화차원에서 금융권, 금융당국이 협의해 사외이사 후보 인력풀을 만드는 방안도 시행될 예정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