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포스트 제조업을 위하여

[기자수첩]포스트 제조업을 위하여

‘제조업 위기론’이 꺼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뿌리산업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끌어 온 제조업이 계속해서 내리막길이다. 우리나라 대표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추락하면서 제조업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영국 산업혁명에서 시작된 제조업은 미국·일본·한국 순으로 대륙을 옮기면서 시장의 주인공을 바꿔왔다. ‘더 싸고, 많게’가 핵심인 전통 제조업 특성상 단가 경쟁에 따라 역사가 흘러온 셈이다. 이제는 중국이 자타공인 세계 제조업의 주역으로 부상했다. 생산 원가가 저렴한 신흥개도국이 단가 경쟁의 승자가 됨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미래에는 중국이 인도에 그 자리를 내 줄 것이고, 그 다음은 인도가 남미와 북아프리카에 역전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포스트 제조업’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이미 전통 제조업의 망령을 떨쳐 낸 국가는 단가경쟁이 아닌 각자 나름의 새로운 가치로 시장에 어필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제조업 붕괴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은 산업 원천기술로 해법을 찾고 미국은 애플과 구글이 그들의 플랫폼과 네트워크를 통해 그들만의 IT 생태계를 구축했다.

기존에 없던 재화에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유럽 국가가 주축이 된 기후변화 협상이 대표적이다. 이 시장은 과거 누구도 가치를 인정하지 않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라는 무형의 행위에 탄소권이란 재화를 부여해 거래한다.

반면에 우리는 아직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IT와 전자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더 이상 세계 시장에 내놓기 힘들 정도로 기술 수준이 평준화됐다. 제조+IT 융합을 언급하지만 이 또한 단가경쟁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정책과 기업 경영 차원에서 보다 거시적인 전략이 필요할 때다. 계속된 경기 불안에 따른 조바심에 단기적인 성과 위주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미 선진국이 다수를 점유한 산업 원천기술로 우회 특허를 진행하고, 한 기업이 브랜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우공이산의 노력이 필요하다. “남들이 안하는 데 우리가 왜 하나”라고 말하는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우리가 직접 남들이 하지 않는 곳에서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