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 신뢰도 `추락`...감독기관·소비자보호 `최하위`

한국 금융산업 신뢰도가 크게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고객 서비스와 금융사 직원들의 신뢰도 측면에서는 비교적 후한 점수를 얻고 있지만, 정책·감독 등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도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금융연구원은 ‘KIF 금융신뢰지수’를 개발해 조사한 결과, 올해 하반기 금융신뢰지수가 89.5를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수치는 금융연구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전화로 설문조사해 이를 지수화한 것이다. 지수가 100 이상이면 긍정적 답변이, 100 이하면 부정적 답변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는 뜻이다.

9개 항목으로 영역을 나눠 신뢰지수를 측정한 결과 금융감독기관과 소비자보호 부문의 신뢰도가 특히 낮았다.

감독기관에 대한 신뢰지수는 61.3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감독기관이 금융사에 대한 감독을 효과적으로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63.2%는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긍정적 답변은 8.3%에 불과했다.

감독기관의 소비자 보호 노력도 부정적 응답(54%)이 주를 이뤘다. 감독기관의 소비자보호 노력 신뢰지수(74.3)도 세 번째로 낮았고, 금융회사 경영상태(75.8), 금융정책(76.1), 금융제도의 공정성 및 합리성(77.9)이 그 뒤를 이었다.

금융당국에 대한 불신에는 KB금융 내분,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동양 사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전체적으로 신뢰도가 부정적이라고 대답한 비율이 33.0%로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18.0%) 두 배에 육박했다. 보통이라고 평가한 비율은 49.1%였다. BSI 환산 점수는 89.5점으로 기준선인 100점에 미치지 못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 신뢰도가 정보유출 사태 등의 영향을 받은 만큼 다음 조사 때는 지수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금융감독체계를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은 앞으로 금융신뢰지수를 연 2회씩 정기적으로 측정해 금융산업 신뢰도 추이를 파악하고, 금융업 발전을 위해 정책 개발에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