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총론 주요사항 발표 직전까지 기존 논리 고수…과학계 반발 계속될 듯

‘미래를 위한 국가교육과정 개정의 방향 토론회’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상민 의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등 20개 과학기술단체 공동주최로 열렸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미래를 위한 국가교육과정 개정의 방향 토론회’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상민 의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등 20개 과학기술단체 공동주최로 열렸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과학계와 교육부가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 발표 직전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24일로 예정된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 발표 이후에도 과학교육 축소와 교육과정 개정 절차를 둘러싼 양측 간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국가교육과정 개정의 방향 토론회’에서 박제윤 교육부 창의인재정책관과 과학계 인사들이 여전히 극명한 견해차를 보였다.

지난 6월 과학기술한림원 주최 토론회 이후 처음으로 과학계가 주최한 교육과정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박 정책관은 이날 “교육과정 개정안을 마련하며 나름대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기존 논리를 되풀이했다.

박 정책관은 “현재까지 추진한 내용을 말씀드리는 것으로 토론을 대신하겠다”며 “이번 정부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두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교육부가 직접 위원회를 구성해 교육과정 개정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또 “교육과정 총론과 각론을 함께 개발할 방침이었기 때문에 (국가교육과정개정 연구위원회가) 교육학자와 교과교육학자들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과학계는 교육학자로만 구성된 연구위 개정안이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꼬집었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개정안은 국가와 학생을 볼모로 한 교사 양성기관의 전횡”이라며 “교육학 전공자가 교육과정 개정을 독점해 사유화·권력화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교육부가 아무런 논의 없이 과학과목 필수 이수단위를 15단위에서 10단위로 줄인 데 이어 이번 연구위도 편향적으로 구성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교육부가 2009년 이후 수시개정을 계속하다 보니 교육과정은 교육부 마음대로 바꿔도 된다는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과학계 의견은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2013년도 수시개정과 이번 개정 작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쪽으로 모였다. 이 교수는 “그나마 절차적 정당성을 갖췄던 2009년 개정안으로 잠정 회복하고 사회적 합의를 다시 마련해야 한다”며 “각계 전문가가 미래 인재상부터 정립할 수 있는 국가교육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사회적 합의를 마련하겠다며 지난 8월 교육과정개정 자문위원회를 구성했지만 4일 한 차례 회의가 열린 후 지금까지 개최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그나마도 19명 중 13명이 교육계 인사로 구성돼 실효성이 도마에 올랐다.

교육 현장 목소리를 대변한 이화성 창덕여중 교장도 “학교에서 필수이수 단위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과목이 과학과 사회”라며 “과학, 사회 과목 소외를 해결하자는 것이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취지기 때문에 적어도 2009년도 수준의 과목 비중 회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정책관은 “24일 총론 주요사항 발표 이후 1년 가까이 논의할 시간이 남았다”고 여지를 남겼지만 과학계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정진수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는 “교육부 논리는 처음 과학계가 문제를 제기했을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며 “오늘 토론회에서도 진전된 내용이 없어 앞으로도 계속 문제 제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일수록 특정 기관이 독점해서는 안 된다”며 “의견을 모으는 것이 고통스럽지만 교육과정 문제는 질기게 천착하겠다”고 밝혔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