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돌풍’과 ‘알리바바 상장 대박’은 파죽지세인 중국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을 보여준다. 샤오미는 설립 4년 만에 자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전자를 밀어냈으며 세계 시장에서도 새 강자로 떠올랐다. 알리바바는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해 곧바로 시가 총액으로 구글에 이은 세계 2위 인터넷 기업이 됐다.
두 기업은 거대 자국 시장 덕을 봤다. 도전 정신도 작용했다. 그래도 중국 정부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성공하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술 산업을 키우려고 기업 육성과 시장 보호 정책을 펴왔으며, 인재도 적극 양성했다. 우리 정부가 과거 펼쳤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정부는 더 나아갔다. 자국 기업 경쟁력이 어느 정도 생기자 파격적인 규제 완화로 힘을 더 키워준다. 알리바바에게 중국 첫 민영은행 허가를 내준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 정부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정부처럼 하기 힘든 것이 있다. 그런데 진흥부터 규제까지 정책을 보면 한국이 더 사회주의 국가처럼 보인다. 글로벌 감각은 되레 더 떨어진다. 진흥정책은 외국 정부 눈치를 지나치게 봐 가급적 자제한다. 규제는 외국에도 없는 것까지 만들어낸다. 급기야 박근혜정부가 규제 개혁을 선언했지만 손발이 맞지 않으니 체감 속도가 더디다.
어느덧 중국 기술산업은 추격자를 넘어 우리가 배워야 할 대상이 됐다. 기업들은 이를 피부로 느끼는데 일반 국민은 여전히 중국 산업을 한 수 아래쯤으로 얕본다. 정부까지 이렇게 여긴다면 정말 대책이 없다. 중국 정부는 한국 정책을 그대로 따라 이렇게 자국 ICT산업을 키웠다. 정작 우리 정부는 그 기억마저 잃은 채 선진 기술산업 신기루만 좇는다. 이 상황이라면 연내 타결될 것이라는 한중 FTA가 우리 기술기업에게 축복이 아니라 재앙으로 돌변할 수 있다.
샤오미와 알리바바의 성공을 보며 최근 국내 기업의 분발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기업들도 각성해야 한다. 그러나 초점이 어긋났다. 각성하고 분발할 것은 기업보다 정부가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