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갈라파고스 한국금융 ‘스마트금융’과 ‘협업’이 탈출구

불신의 늪에 빠진 우리나라 금융산업을 되살릴 방안에 금융계가 머리를 맞댔다. 금융당국은 ‘KB사태’의 뼈저린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23일 강도 높은 혁신안을 스스로 만들어 내놓았다. 업무만 늘리고 효율성을 떨어지는 관행적 검사를 줄이는 대신에 사후제재보다 사전예방에 집중하기로 했다. 금융사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이 주기로 했다. 또 금융권 지배구조의 모범규준을 만들고 바람직한 이사회 구조 등의 연구도 병행 중이다.

금융당국에 대한 신뢰도는 이미 밑바닥까지 떨어졌다.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갤럽의 금융신뢰지수 조사에 따르면 금융 당국 신뢰도는 금융사보다 떨어진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번 혁신안은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고 하지만 손 놓고 있을 수 없다. 제대로 혁신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간과하지 않아야할 것이 있다. 바로 금융산업계가 직면한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기업들은 현재 일명 ‘알리페이 신드롬’으로 불리는 이종기업들의 금융산업 진출에 큰 위협을 느낀다. 정보기술(ICT)과 융합하면서 더 이상 금융의 고유 업무나 영역을 주장하기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은행 창구에 가지 않아도,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도 금융 업무를 보고,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는 것에서 나아가 스마트폰이 통장이 되고 신용카드가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액티브엑스 퇴출, 간편결제시스템 도입 등도 같은 맥락에 있다. 거대한 변화의 흐름 한 가운데 지주회사체제가 ‘맞니, 안 맞니’하는 논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 큰 흐름을 봐야 한다.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진행되고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보다 더 큰 쓰나미가 몰려올 수 있다. 금융산업계를 이끌어가는 리더들이 ‘스마트 금융’과 ‘협업’을 키워드로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상에 없던 제품, 또는 스스로 처음이 되기 위해서는 한발 앞서는 금융사를 만들려면 IT기업과 ‘근원적인 협업(origin collaboration)’에 나설 혁신적인 자세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