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특별좌담회] 창조경제와 ICT 산업의 진로

# 박근혜정부의 중점 추진 과제인 창조경제가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 중국의 급부상으로 인한 제조업 위기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창의력이 근간을 이루는 창조경제로의 전환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 또 이 과정에서 산업 간 융합의 근간이 되는 정보통신기술(ICT)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전자신문은 창간 32주년을 맞아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과 공동으로 창조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ICT 산업의 비전을 재설정하기 위한 특별좌담회를 마련했다. 1996년 창립 이후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IT 전문 포럼으로 자리 잡은 미래모임 리더들은 소프트웨어(SW) 역량이 결국 ICT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며, 그 결과물의 총합이 창조경제라는 명제에 동의하고 기술 거래 활성화 등 창조경제를 위한 다양한 발전 방안들을 제시했다.

[창간 32주년 특별좌담회] 창조경제와 ICT 산업의 진로

◇사회=임춘성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회장(연세대 교수)

◇토론=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박수용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조현정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비트컴퓨터 회장), 남인석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부회장, 최명주 포스코기술투자 대표이사

◇사회(임춘성 미래모임 회장)=창조경제는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임과 동시에 특정 산업만의 문제가 아닌 온 국민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가 지속적으로 담금질해야 할 중요한 국정 어젠다다. 창조경제의 정의와 지금까지의 성과를 점검한다면.

◇윤종록(미래창조과학부 차관)=창조경제의 배경은 우리나라가 21세기에 생존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특히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국가의 미래 경영은 어떠해야 하는지의 고민에서 출발한다. 지난 50년간 우리에겐 값싼 노동력이 있었다. 그것은 곧 손발을 부지런히 움직이면 생존할 수 있는 길이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 경쟁력은 중국, 인도, 러시아 등에 비해 많이 뒤처진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두뇌(브레인)의 경쟁력이다. 다행히 이 부문에서는 우리가 아직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두뇌는 부지런하면 안 된다. 손과 발(노동력)은 부지런한 것이 미덕이지만, 두뇌는 부지런하면 악덕이 된다. 대신 두뇌는 ‘창조적’이어야 한다. 그것이 21세기에 생존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창조경제는 우리의 두뇌 경쟁력을 더 창조적으로 만들기 위한 경제 운용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정책이 아니다. 어떤 정부가 들어선다 하더라도 경제 정책의 기조는 창조경제의 패러다임 안에 있을 것이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3년 전 미국의 실업률은 9.8%에 달했다. 드러난 현실보다 더 큰 문제는 지난 20년간 미국 젊은이들이 40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올라간 것이었다. 그 원인은 기존 산업의 일자리가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어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창업의 걸림돌을 혁파하는 ‘스타트업 아메리카’ 정책을 편 배경이다. 그 정책의 핵심은 대기업이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창업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그 이전의 젊은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창업하던 것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이 정책에 구글 등 11개의 대기업이 참여하면서 약 10조원의 창업 펀드를 조성하고 창업을 독려했다. 이 정책이 가속화되면서 매년 1%씩 실업률이 하락했다. 올해 말이면 미국 실업률은 6% 초반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이 창조경제의 한 모델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의 창의성을 얼마나 많이 뽑아내는지에 창조경제의 해답이 있다. 하지만 창조라는 개념의 모호성 때문에 다소 생소하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창조경제의 핵심은 ‘창업경제’에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창업(創業)은 개업(開業)과는 다르다. 개업은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것이지만, 창업은 비즈니스를 창조하는 것이다. 창업 규모는 크든 작든 상관없다. 창업이 결국 혁신이다. 미래부가 지난 1년간 창조경제와 관련한 3대 목표와 6대 실행 과제 등을 제시했지만 정부 주도는 한계가 있다. 이제 기업과 민간 부문이 바통을 이어받아야 한다. 또 창조경제를 이루기 위한 전제조건은 사회 구조를 SW 중심으로 혁신하는 것과 세계화를 더욱 가속화하는 것이다.

◇최명주(포스코기술투자 대표이사)=대기업이 창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부문은 바로 세계화다. 대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큰돈 들이지 않고, 스타트업의 세계화를 지원할 수 있다. 젊은이들이 창조경제를 ‘세상에 없는 것을 새로 만드는 것’으로 인식하고 어렵게 접근할 수 있는데, 새로운 기술이나 상품뿐만 아니라 기존에 있는 것이라도 새로운 시각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도 창조경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창조경제를 가속화하는 핵심 도구인 우리나라 ICT 산업의 현황과 실태는 어떠한가.

◇박수용(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ICT 산업은 국가 산업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 등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국가 GDP의 20%를 차지한다. 그만큼 중요한 산업이다. 하지만 ICT 산업이 대기업과 하드웨어 제조를 중심으로 편중돼 있는데, 지금의 경쟁력이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는지가 이슈다. 최근 중국의 샤오미 스마트폰 열풍 등 대내외적인 상황이 녹록지 않다. ICT 산업 경쟁력의 지속성을 놓고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제 ICT 산업도 변화해야 하는데, SW 기술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과 창업 및 스타트업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도 과제다.

◇사회=창조경제를 고도화하는 차원에서 우리나라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산업은 바로 SW라고 할 수 있다. SW 산업의 상황은 어떠한가.

◇조현정(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최근 국내외에서 크게 이슈가 됐던 ‘향후 20년 내에 사라질 직업’을 살펴보면, 회계사가 사라질 확률은 94%였으며 소매판매업자는 92%였다. 또 텔레마케터 99%, 부동산 중개업 86%, 비행기 조종사 55% 등이었다. 이 통계를 유심히 살펴보면 그 확률이 SW 활용률과 같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 업종이 사라진다는 것은 곧 그 분야에서 SW 활용 비율이 높아진다는 의미인 것이다. 성직자가 사라질 확률이 0.8%에 불과한 이유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이렇게 급변하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을 통해 일부 제조업이 사라지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앞으로 SW가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도 SW 중심으로 변모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같은 상황 변화와 그에 따른 위기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자신의 직업이 사라질 수 있고 가치가 변할 수도 있는데 그걸 잘 모르고 있다.

우리나라 SW 산업 현황은 시장과 인력, 두 가지 측면에서 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연매출 100억원 이상 SW 기업은 471개로 총매출은 48조30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총매출에서 공공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18년간 공공부문의 SW 유지보수 요율이 고정돼 있었던 것이 한 원인이다. 공공 부문부터 SW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SW 기업이 공공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제약 요건들도 많다.

또 다른 문제는 인력 문제인데 SW 산업 기피 현상이 심각하다. 그러다 보니 인력 수준도 함께 떨어진다. 우리나라가 지금이라도 SW에 대한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고 미적거린다면 ‘한강의 기적’은 그야말로 추억으로 남고 말 것이다. 특히 SW 시장과 인력 문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사회=SW 산업만 놓고 보면 ‘겨울은 가는데 봄이 오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난다. 창조경제를 위한 융·복합을 포함한 하드웨어 중심의 전자산업 현황은 어떤가.

◇남인석(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부회장)=최근 우리나라 수출을 뒷받침하는 것은 ICT 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계속될 것이다. 전체 수출에서 ICT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하지만, 국내 생산은 9.6%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중저가 제품은 해외에서 직접 생산한다.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제품은 국내에서 생산하지만, 대형 가전은 해외 생산 비중이 90% 이상이다. 따라서 고용 측면만 놓고 보면 해외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국내에 투자를 하고 싶지만 각종 규제로 어려움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과감한 규제 개혁으로 국내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기업 구성 측면에서는 대기업이 2%, 중견·중소기업이 98%를 차지한다. 하지만 산업은 대기업이 주도한다. 스마트폰과 대형 가전은 세계 정상을 다투지만, 중소형 가전은 우리가 잘 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면도기, 전동칫솔 등과 같은 제품인데 정부에서 중소형 가전 명품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분야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제도적, 기술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최근 중요한 이슈는 대기업이 인수합병(M&A)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는 것이다. 기술이 좋은 기업을 인수하고 싶지만 중소기업을 통째로 뺏는다는 사회적 분위기와 시선이 팽배하다. 창조경제를 꽃피우기 위해 M&A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 규제를 과감하게 줄이는 것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중국의 추격이 무섭다. 우리 기업이 전시회에 신제품을 내놓는 것을 꺼릴 정도다. 3개월이면 똑같이 베낀 제품을 중국 업체가 내놓기 때문이다. 중국의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 대·중소기업 간 협업도 필요하다.

◇사회=M&A 활성화 필요성이 언급됐는데, 기술 투자의 관점에서 보는 현황은 어떤가.

◇최명주(포스코기술투자 대표이사)=우리나라의 창업 생태계를 살펴보면, 창업자의 90% 이상이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 기업가들의 소유 욕심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는 반대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은 2년 내에 기업을 매각하고 재창업하는 것이 대체적인 목표다.

최근 철강 산업은 공급 과잉 상태에서 어떻게 이익을 창출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그런데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ICT다. 에너지관리 시스템과 원료 및 수송 관리 등이 모두 ICT와 연결된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에 이어 다음 혁신은 자동차 산업이 될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전기차 시대가 오면서 ICT 융합과 디자인, 소재 혁신이 필요하다. 다른 산업과의 융·복합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다.

M&A가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 금융 문제도 있다. 특히 SW는 그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경험과 자료, 그리고 근거가 미약하다. 리서치가 취약한 것이 원인이다.

미국은 이 같은 평가 방법이 완벽하게 마련돼 있다. 사업 단계별로 맞춤형 투자와 금융이 가능한 이유다. 미국은 스타트업 단계부터 정확한 시스템을 적용해 자금을 수혈한다. 특히 미국의 엔젤 투자자들은 평소에 크고 작은 모임을 열어 피투자 대상 기업과 정보를 교류한다. 이를 바탕으로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쌓이고 투자의 선순환으로 연결된다. 우리도 현장에 찾아가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현장에서 유망 기업을 발굴한 사례가 많아져야 한다.

◇조현정=엔젤 투자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좀 더 많은 자본을 가진 사람이 투자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주면 엔젤 투자가 활성화될 여지가 있다.

◇최명주=실리콘밸리에 가보면 인근의 대학생과 연구원들이 벤처캐피털 관련 인사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이로써 평소에 탄탄한 네트워크를 쌓는 것과 동시에 사람 됨됨이부터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게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사회=우리나라도 기술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명주=기술과 기업의 혁신성 평가를 공공 부문이 하는 것은 오히려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지금 각종 공공 인증이 시장에서 외면 받는 이유다. 기술 평가는 철저하게 시장에 맡겨야 한다.

◇조현정=우리나라의 M&A는 문화가 조금 다르다. 이미 공공 영역에서 기술 평가 및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M&A는 인수자와 피인수자와의 신뢰 관계에서 끝난다.

◇최명주=우리나라에서 개발된 기술을 저평가하는 분위기도 팽배하다. 기술을 헐값에 인수하겠다는 목적보다는 창의적인 기술 개발에 인센티브가 적은 것도 한 원인이다.

◇박수용=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벤처캐피털을 대상으로 ICT 관련 교육을 한 적이 있다. 기술 평가 관점에서 ICT 이해도를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됐다는 평가지만, 그것이 실제 투자 현장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기술을 높게 평가하더라도 투자 실패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투자 실패 문책 가능성이 높아 리스크를 피해가는 소극적인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 규제와 평가 방식의 문제도 있다.

◇사회=부문별 평가를 바탕으로 창조경제의 앞으로의 진로는 어떠해야 하는가.

◇윤종록=창업 관점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는 말처럼 무책임한 말이 없다. 스타트업이 건너야 하는 수영장의 물을 ‘융자’와 ‘투자’로 대치하면 명확히 드러난다. 자금을 융자하면서 창업하라는 것은 실패 시 처절한 대가가 뒤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투자는 다르다. 앞으로는 투자의 물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 2009년 대표적인 창업 국가인 이스라엘에서 배출된 스타트업 기업 수는 그해 유럽 전체의 스타트업과 같은 규모였다. 이런 창업 국가가 가능한 배경은 수영장에 융자라는 물이 아니라 투자라는 물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그 투자의 물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만든 것이다. 정부는 강력한 지원으로 스타트업의 성공 확률을 높였고, 성공한 기업은 재투자하도록 유도했다. 이런 성공 모델이 계속 선순환된 것이다.

우리의 금융 및 투자 생태계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보이지 않지만, 보이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벤처기업을 성장시켜 M&A 시키는 것을 안 좋게 보는 시각이 있는데, 노력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고 새로운 스타트업에 재투자하는 주체별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우선 스타트업 기업은 인수 기업을 국내에만 한정하면 안 된다. 세계적으로 봐야 한다. 좋은 기술을 찾는 기업은 국내보다 해외에 훨씬 더 많다. 대기업들은 개방형 혁신에 과감하게 뛰어들어야 한다. 젊은이와 스타트업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도 창조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과 동시에 SW도 중요한 교과목으로 가르쳐야 한다.

창조경제는 기본적으로 상상을 현실화하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유용한 두 개의 툴이 있다. 그 하나는 SW며, 다른 하나는 3D 프린팅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영어를 잘 못하는 핸디캡은 있지만 21세기 새로운 언어는 SW 기반의 컴퓨터 언어와 3D 프린팅이다. 이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독특한 문화를 갖춰야 한다. 기업가 정신도 아주 어렸을 때부터 길러줘야 한다. 이런 것들이 우리 저변에 깔려야 한다. 또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도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정부 부처 간에도 경계가 없는 협업을 해야 한다.

결국 창조경제는 다양한 이해 당사자가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하는 영역이다. 정부 부처는 물론이고 모든 사회 구성원이 ‘내가 할 것이 무엇인가’ 각자 고민해서 나오는 결과물의 총합이 창조경제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

◇박수용=SW 중심 사회를 실현하는 것이 미래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가장 큰 패러다임의 변화는 세계화다. 세계화도 천편일률적인 것이 아니라, 전자정부 수출, 선단형 수출, 신시장 개척 등으로 다양화해야 한다.

인력 양성 측면에서 대학도 변화해야 한다. 대학이 창조경제의 핵심 축이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취약 계층 어린이들에게 SW 교육을 강화해 자신의 인생에 도전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도 SW 중심 사회와 창조경제로 가는 길이 될 수 있다.

◇조현정=SW 개발자 수준 높이기와 전문기업 육성이 시급하다. 우리 사회는 SW 개발 수준을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대학 4년간 SW 관련 전공 교육 시간은 900시간 이하다. 졸업 작품이 안드로이드 앱 개발 수준인데 그런 개발자는 현장에서 쓸 수 없다. 정부가 지원하는 교육도 4개월이면 충분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말이 안 된다.

인력 문제는 악순환의 고리가 있다. SW 개발자를 3D 직업이라고 인식해서 고등학생 때부터 기피하다 보니,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수준이 낮다. 기본적으로 제대로 된 교육이 힘든 이유다. 당연히 기업들은 좋은 인력을 뽑지 못해 생산성이 낮아진다. 이에 따라 SW 인력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제 제대로 된 SW 개발자가 배출돼야 한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필요하다.

SW 전문기업 수도 늘려야 한다. SI 위주인 우리나라의 병폐를 뜯어고쳐야 한다. 이를 위해 상용 SW를 많이 쓰는 사회 구조로 가야 한다. 그래야 전문기업이 배출되고 글로벌 기업도 나올 수 있다.

◇남인석=부품과 소재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 또 HW와 제조 중심에서 SW를 중심으로 업계도 변화해야 한다. 최근 삼성과 LG도 SW 인력을 많이 채용하며 힘을 쏟고 있다. 앞으로 스마트카와 스마트홈 등의 차세대 성장동력 분야에서 ICT를 어떻게 융합하는지가 전 세계적인 화두인데,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등을 융합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최명주=답은 현장에 있다. 관계형 금융과 멘토링을 통해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 특히 기술은 있지만 마케팅과 글로벌화 및 사업화 역량이 부족한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관계형 금융으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공공 부문의 제한된 공적 자금으로 더 많은 효과를 내려면, 전면적인 지원보다는 각 부문의 ‘마중물’ 역할에 좀 더 치중해야 한다.

◇사회=부문별로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봤는데, 마지막으로 창조경제의 나아갈 바는 어떠해야 하는지.

◇윤종록=그동안 우리나라를 먹여 살린 혁신의 동력은 대부분 연구개발에서 나왔다. 그런데 연구개발은 우리나라 인구의 1%도 되지 않는 소수의 사람들이 해 왔다. 앞으로는 간단한 상상력에서 출발해 연구개발과 연결돼야 거대한 기술 혁신으로 이어진다. 상상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제 1% 국민의 연구개발(R&D) 역량과 99% 국민들의 상상개발(I&D) 능력을 결합시켜야 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창업을 상상하는 순간부터 세계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다. 우리나라도 시작부터 세계를 노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가 글로벌 창업지원센터를 구축한 배경이다.

21세기에는 ‘상상’ ‘도전’ ‘창조’가 존중받는 시대다. 앞으로 창조경제가 자리 잡기 위해 젊은이들이 무한한 상상을 하고, 이를 기반으로 도전을 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져야 할 것이다.

정리=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