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NHN엔터테인먼트가 출구 없는 법리 논쟁 공방전에 빠졌다. 문화부는 NHN엔터의 온라인 포커 게임이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서비스 자격을 취소하겠다는 방침이다. 가만히 앉아서 매출 감소를 당할 수 없는 NHN엔터는 가처분 소송으로 맞섰다.
문제는 문화부 규제가 당장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NHN엔터테인먼트가 제기한 행정소송 결과가 올 연말 혹은 내년 초에나 나올 예정이어서 등급 분류 취소 판정을 받더라도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면 서비스 유지가 가능하다. 문화부가 진통 끝에 마련한 게임법 시행령 준수 의지가 강력해 줄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크다.
◇‘당장 법 지켜라’ vs ‘소송 결과 전까지는 합법’
24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게임물관리위원회가 NHN엔터의 ‘한게임 포커’ 서비스 등급을 ‘취소’ 판정을 내리는 방향이 유력하다. 문화부와 게임위는 지난 2월부터 시행한 게임법 시행령을 준수해야 한다는 방침이 강경하다.
발단은 개정된 게임법 시행령에서 게임머니 사용한도를 3만원으로 제한한 조항이다. NHN엔터의 한게임 포커는 게임 진행 중 사용자에게 상금을 추가 제공하는 금액이 총 한도 3만원을 넘어 문제가 됐다.
강석원 문화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한게임 포커가 지난 2월 발효한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시행령을 분명히 위반했다는 것이 문화부와 게임위의 입장”이라며 “법 시행 후 수개월간 논의했고 지자체 행정처분까지 거치며 양측 입장을 조정할 시간을 준만큼 계속 법을 준수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반면 NHN엔터는 양측이 시행령 해석을 달리하고 있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니 법원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NHN엔터는 게임위가 의뢰해 성남시에서 경고처분을 받은 직후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과 행정 소송을 냈다.
당시 행정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행을 정지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기에 다른 조항을 앞세워 등급분류 취소 판정을 내리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회사 측은 “행정소송 판결 전에 서비스 취소가 결정되면 또 다시 가처분 소송을 걸 수밖에 없다”며 “의미 없는 소송전이 반복돼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등급 분류 취소해도 ‘한게임 포커’ 중단 없다
25일 게임위 등급분류회의에 한게임 포커의 등급 재분류 건이 상정돼 최종 취소 판정을 받더라도 실제 서비스는 계속 유지된다. NHN엔터가 다시 가처분 소송을 내면 되기 때문이다. 원안 소송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법원은 행정부의 새로운 제재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짙다.
포커는 한게임에서 서비스하는 웹보드게임 중 고스톱과 함께 가장 인기가 많은 장르다. 특히 매출 기여도 면에서는 압도적이다. 웹보드게임 매출 중 최대 90%가량이 포커에서 발생한다. 지난해 NHN엔터는 매출 2653억원 중 약 40%인 1000억원을 웹보드게임에서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포커가 웹보드게임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포커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연간 최대 900억원 매출이 빠지는 셈이다. 이미 법 시행 후 웹보드게임 매출이 상당 부분 줄었다.
NHN엔터 입장에서는 등급 분류 결과에 관계없이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다. 다만 행정소송 결과를 기다리는 것은 해당 게임의 수익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다. 혹시 원안 소송에서 지더라도 지적받은 내용을 고쳐 등급 분류를 재신청하면 된다. 결국 이래저래 한게임 포커 서비스는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