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자회사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업체가 이동통신재판매(MVNO) 분야에 진출해 가격·서비스 경쟁을 해 온 독일·미국 등과 달리 한국은 정부가 개입해 시장을 만들어줘야 하는 형태로 발전해왔다. 통신 3사 구도가 워낙 강고해 그나마 경쟁이 덜한 틈새시장을 파고들려는 중소사업자부터 진출했다. 이통사와 규모차가 크다보니 정부에서 개입해야 가격경쟁이나 단말기 수급, 유통망 확대가 가능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정부 지원책에만 의지해 알뜰폰 시장 성장을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올해 ‘알뜰폰 활성화 정책’이 발표된 뒤 가입자 증가 속도에 탄력이 붙은 이때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적기라고 강조한다.
◇차별화된 데이터 요금제 나올까
이통사 흡수·합병에 따른 3강 체제 구축, 보조금 경쟁 등 한국과 이동통신 구도가 유사한 일본은 MVNO 가입자가 지난 2009년 일본 총무성 집계기준 250만명에서 지난해 1375만명으로 늘었다. 시장점유율은 9%고 사업자 수는 무려 161개에 달한다.
이 중 MVNO 시장을 이끈 건 데이터 전용 서비스다. KT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내 데이터전용 서비스 제공사업자는 77.6%다. 전체 사용자 중 ‘모바일와이맥스(WiMAX)’, 시분할롱텀에벌루션(LTE-TDD) 등 데이터망 가입자는 658만명(48%)에 달한다. 국내 알뜰폰이 음성 전용요금제나 음성·데이터 반값 요금제에 주력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2.5㎓ 대역을 활용한 무선브로드밴드 업체들이 별도로 존재하고, 이들이 MVNO를 유통채널로 활용한 게 컸다.
국내는 KT·SK텔레콤이 2.6㎓ 무선 와이브로를 직접 서비스하고 있고 이동통신망 데이터 도매대가가 여전히 높은 편이라 활성화가 덜 된 면이 있지만 가입자당매출액(ARPU)이 낮은 음성 서비스 의존도가 높은 국내 업계도 데이터 서비스쪽으로 전환해 활성화를 꾀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후불제 확대 통한 수익성 확보
해외 MVNO가 선불폰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 업체들은 선불폰 중심에서 후불폰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선불폰 수요가 유럽·미국·아프리카에 비해 많지 않고 장기적인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후불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알뜰폰 요금제가 다양해지면 외연 확대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개별 업체 입장에서는 또다시 수익성 하락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현금 흐름이 좋지 않은 업체는 연체금 처리 등으로 애를 먹을 가능성이 있다.
◇단통법 호재
단말기유통구조개선에관한법률(단통법)이 오는 10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알뜰폰 업계도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이통사와 달리 보조금 경쟁을 할 수 없는 알뜰폰 업체들은 보조금 규제가 강해지면 저렴한 요금제로 MNO 가입자를 유인할 수 있다.
단말기 출고가격이 낮아지면서 고성능 단말기 수급이 용이해진다는 점도 있다. 단말기 제조사와의 관계도 서서히 재정립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