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엔 환율이 세 자릿 수에 진입한 가운데 내년에는 100엔당 원화 환율이 800원대 중반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엔화약세는 일본과 경쟁을 벌이는 주요 수출업종에 직격탄이 될 수 있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과 아시아금융학회는 25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추락하는 원·엔 환율,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현황과 대책을 논의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내년 중반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금리 인상은 2012년 6월 이후 56%나 절상된 원화의 엔화에 대한 절상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현재 950원 수준인 100엔당 원화 환율이 800원대 중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달러 강세로 엔화 약세가 가속화하고 있지만, 원화는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주식순매수로 약세로 돌아서기 어려워 원·엔 환율이 급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수출 증가율이 급락하고 기업 영업이익이 악화하는 등 과거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가 재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기흥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장은 “한국수출 상위 100대 품목 가운데 일본 수출 상위 100대 품목과 겹치는 품목이 55개고, 이들 품목 수출이 한국 총수출의 54%를 차지하고 있다”며 “원·엔 환율 하락은 수출에 어려움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엔저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유입이 증가해 한국 외환시장의 혼란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추락하는 원·엔 환율에 대한 대책도 제시됐다. 강삼모 동국대 교수는 △외환시장의 불안정을 줄이는 미세 개입 △내수 진작 정책으로 과도한 무역수지 축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술력 확보, 수출 시장 다변화와 같은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정근 학회장은 “단기투기자금 등 무분별한 자본유입에 대한 거시건전성 차원의 규제 등 다각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