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대로 예상되는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 사업이 시작됐다. 본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정보전략계획(ISP) 사업을 수주하려는 업체 간 치열한 눈치작전이 예상된다. 사업 참여가 예상되는 대기업은 계열 IT서비스 업체에 ISP를 맡기고 본사업은 이동통신사가 참여하는 전략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SP 수행사는 본사업에서 감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업체 간 경쟁이 아니라 공동수행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승자독식’이 아니라 본사업 수주 가능성이 가장 높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전국 재난망을 동시에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국민의 생명을 위한 사업이기 때문에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한 만큼 업계도 지나친 수익성을 바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가령 강원도와 경상도, 충청도와 전라도, 나머지 지역을 이통 3사가 나눠서 구축하는 식이다. 이통사와 이통사가 속한 그룹 계열사의 역량을 동원하면 단말기 표준 등 다양한 현안을 해결하기가 한결 손쉬워진다. 산간벽지 등 취약 지역 커버리지는 더욱 넓어진다. 사업 수행 속도도 빨라져 2017년으로 예정된 망 구축 완료 시기를 지키기도 수월해진다.
공동수행 방식을 택한다면 이번 ISP나 내년 시범사업 이후 이통사별 업무분담안을 확정해야 한다. ‘대형 사업 수주’를 노렸던 업체는 김이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는 대의명분을 생각하면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일이다. 정부 한 관계자도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며 실현 가능성을 내비췄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이통 3사를 비롯한 업계 전체의 공감대와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공동 구축을 한 후에는 효율적인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평상시 운용 방안,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 등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원활한 재난망 운용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쟁체제가 사라지면 예산 절감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대형 국책사업에서 업체 간 담합은 항상 혈세 낭비로 이어졌다. 따라서 ‘실리’보다 ‘대의’에 초점을 둔 통신사의 자세, 이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