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세계 최대 스포츠 제전으로 끝나지 않고 주최국의 첨단과학기술력을 전세계에 알리고 미래를 향한 소중한 유산을 남긴다. 역대 올림픽은 당대 첨단기술기반의 혁신적인 서비스를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선사하는 일대 전환점이자 지구사회의 미래를 보여주는 창조적 실험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일본의 국가적 의지와 국민적 대응은 눈여겨 볼 대목이 많다. 무엇보다도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으로 일컬어지는 경제침체와 3·11대진재(大震災)를 떨쳐내고 당당한 미래형 국가로서의 면모를 세계로 발신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고자 한다. 여기서 과학기술과 ICT 관점에서 2020도쿄올림픽에 임하는 몇 가지 사례를 짚어보겠다.
첫째 일본 정부는 향후 50년을 전망한 일본의 미래상을 제시할 목적으로 내각부 산하에 ‘선택하는 미래위원회’를 설치했다. 위원회는 아무런 대응 없이 가만히 기다리는 미래는 무척 고통스러운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적극적인 정책과 제도를 정비하고 의식을 바꾸어간다면, 인류의 과제해결을 선도하는 ‘선택하는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위원회는 능동적인 미래창조를 위해 도쿄올림픽이 개최되는 2020년을 기준으로 중점적인 도전과제를 포괄적으로 추출했다. 동시에 첨단 과학기술의 혁신으로 대안을 찾아내는 과제해결 선진국가 모델을 설계하고 있다.
둘째 문부과학성은 2020년을 도전하는 일본의 미래를 위해 역동적으로 변화해야할 대전환의 목표연도로 정하고 ‘일본의 꿈, 비전 2020’을 자국민들에게 제시하기도 했다. 이 비전에서는 2020년을 메이지유신, 2차대전 후의 사회변혁에 버금가는 제3의 새로운 일본을 창조하는 역사적인 해로 규정한다. 특히 일본이 성취해 할 2020년의 꿈으로 ‘올림픽의 감동에 접한다, 내가 바뀐다, 그리고 사회가 바뀐다’를 기본 콘셉트로 제시했다. 이 과정에는 2900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과학기술과제 832개를 추출했다. 이를 기반으로 기술적·사회적 실현가능성이 높은 14개 과제를 전략적 프로젝트로 선택했다.
셋째 정보통신분야 주무부서인 총무성은 도쿄올림픽을 전세계인에게 일본의 첨단 ICT기술 수준과 새로운 서비스를 즐기는 체험공간인 동시에 거대 전시장으로 삼고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30년에 보편적으로 이용될 서비스, 2025년경에 얼리어댑터 중심으로 상용화될 서비스를 2020년 올림픽 경기현장에서 선도적으로 시범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기준을 설정했다.
지침에 따라 비압축 8K UHD 영상(매초 100기가급)이 전송가능한 초대용량 네트워크, 수만 명이 밀집한 환경에서 UHD 영상정보를 단말간 직접접속(D2D)할 수 있는 5G 기술, 언어의 장벽을 초월하는 이심전심(以心傳心)서비스, 사람의 의도와 환경변화를 헤아려 동작하는 지능형 로봇을 통한 정보 안내 및 통번역 서비스 등이 선정됐다.
이 처럼 일본은 2030년과 2050년 이후를 대비한 미래사회를 사정권에 놓고, 도쿄올림픽을 통해 전세계인이 공감하게 함으로써 인류의 과제해결 선진국가로 부상한다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국가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도쿄올림픽에 앞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한다. 일본의 체계적인 대응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국가미래전략과 연계한 총체적 대응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하원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wgha@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