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해소, 일자리 창출은 우리 사회의 중심 화두다. 다방면에서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가 인재교육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1980년대까지 산업화시대를 거쳐 오면서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중요한 사명 중 하나는 기업에서 활동할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었다. 많은 인재 수요가 발생했고, 대학은 이 수요에 공급자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청년 학생들은 학교 졸업 후 기업체 취업을 전제로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현재 교육시스템은 확 바뀌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창의성보다 스펙을 우선시하고, 무엇보다 청년 실업문제에 매우 취약한 구조기 때문이다.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의 영향을 직접 받고 있는 우리나라는 기업 활동이 부진하면 신입사원 채용이 줄고, 매년 동일한 수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현실에서 그만큼 청년 실업자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근본적 문제를 안고 있다.
지금 국가 인재 교육 정책 근간에 대한 혁신적 대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일신의 영달보다 사회와 국가 나아가 인류발전에 공헌을 인생의 목표로 살아가려는 사람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사회적·교육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 지도자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 전반에 걸쳐 청소년들이 삶의 역할 모델로 삼을 만한 사람이 부족하다.
둘째, 청년 벤처 창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소수의 특별교육기관에서 다루고 있는 벤처 창업 교육시스템을 우리나라 전체 대학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창업 관련 과목을 커리큘럼상의 필수로 다루고 벤처 창업자를 정규 강사진에 포함시키자.
나아가 청년 학생 스스로 졸업 후 벤처 창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단순 계산상으로 전체 학생의 20% 정도가 벤처 창업에 나선다고 할 때 청년실업 문제는 대부분 해소될 수 있다. 다만 이 시스템은 벤처 창업에 대한 소요자금 지원 등 교육 이외 분야의 지원 시스템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
이 같은 환경이 보편화되면 청년들은 어린 시절부터 스펙을 쌓는데 열중하기보다 벤처 창업을 염두에 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을 갖추게 될 것이다. 하버드대 졸업이라는 스펙을 버리고 중도 자퇴해 세계 최고의 기업을 일으킨 제2, 3의 빌 게이츠를 우리나라도 배출할 수 있다.
셋째, 우리 청년들의 시야를 해외로 돌릴 수 있는 교육적·사회적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세계시장은 매우 넓고 할 일도 많다. 취업을 목표로 공부를 하더라도 한국 대기업만이 아니라 해외 기업체 취업을 전제로 공부하고, 해외 기업에서 활동하는 우리 청년의 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청년들에게 권장하고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문법 위주의 영어 교육을 의사소통에 중점을 둔 교육으로 전환하는 것 등 시스템 변화가 필수다.
넷째, 현재의 학사-석사-박사로 구성된 대학 학위제도의 혁신적 개선이다. 과학기술 분야 등 이공계는 물론이고 인문계도 과거에 비해 전문성이 심화돼 현재 박사학위 소지자는 세계 일류의 전문가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현재의 초급 박사는 1980년대 석사학위 수준으로 평가되는 현실이다. 박사학위를 스펙관리 차원에서 취득하는 일도 허다하다.
박사학위보다 상위의 새로운 학위제도 신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나서 이를테면 10년 경과 후 전문성과 사회 공헌도를 평가해 일정 수준의 경지에 이른 사람에게 ‘도사(Super Doctor)’라는 새로운 학위를 부여하면 어떨까. 이를 통해 우리사회에 박사학위 취득 후에도 전문성을 더욱 고도 심화해가는 풍토를 만들고, 사회에 기여하는 전문 지식인의 수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사회적·국가적 잠재력의 향상과 재능기부 등 사회공헌에 따른 건강하고 건전한 사회문화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다.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미국 조선해양공학회 부회장) jeompaik@pusa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