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창업은 성공보다 실패가 많다. 그러나 적은 성공이라도 많은 실패를 벌충할 정도로 큰 부를 창출한다. 그래서 벤처 창업은 경제 활력의 한 지표다. 지난 10년간 이 활력을 잃었다. 벤처 거품 후유증이 컸지만 그간 정부가 관련 정책에 손을 놓은 탓도 컸다. 벤처 창업의 ‘잃어버린 10년’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탈출의 일등공신이라는 긍정적 평가는 절하됐거나 아예 사라졌다.
박근혜정부 창조경제로 벤처 창업 육성 정책이 다시 재개됐다. 창업도, 투자도 느는 추세다. 그래도 좀처럼 활력을 느낄 수 없다. 기업공개(IPO)든 인수합병(M&A)이든 벤처 성공 사례가 너무 없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 정책은 늘어났지만 벤처에 돈이 몰리고 자연스레 투자금회수가 이뤄지는 벤처생태계가 여전히 작동하지 않는다.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벤처와 창업 활성화 예산을 늘리고, 관련 규제도 완화한다. 기관이 아닌 개인 투자자도 벤처 기업 인증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전문엔젤’ 제도를 운영키로 했다. 엔젤 투자를 활성화해 우수한 신생기업 발굴과 투자 활성화를 도모한다. 전문 엔젤투자자 참여로 도전과 혁신성보다 재무 안정성에 맞춰진 벤처인증을 바꿔보겠다는 시도다. 정부는 또 내년 벤처·창업 활성화 예산을 올해보다 21.5% 늘린 3853억 원으로 확정했다. 중소기업간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해 벤처기업에 한정했던 소규모·간이합병 허용을 창업 7년 이내 기업으로 확대한다.
이런 정책 몇 개가 당장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 하지만 정부가 침체한 경제를 살리는데 벤처와 창업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민간 생태계 복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더욱 파격적인 조치를 잇달아 내놓을 때 벤처 창업은 다시 경제 활력소로 작용한다.
많은 사람들이 벤처라는 말만 나오면 ‘거품’을 떠올린다. 그러나 2분기 가계 잉여자금이 3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지나치게 소비가 위축된 경제 상황이다. 이런 걱정을 미리 할 형편이 아니다. 벤처도, 투자자도 그간 성숙해 예전과 같은 거품 발생 가능성도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