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R&D자금 부정엔 엄격하되 문턱은 낮춰야

정부가 연구비를 부정 사용한 기업과 연구원을 벌금으로 제재했다. 제재부가금 부과를 의무화한 지난 5월 산업기술혁신 촉진법 개정 이후 첫 적용 사례다. 이번에 대상이 된 것은 2012년 이후 발생한 부정사용 행위 26개 과제다. 17개 기업과 5명 연구원에 제재부가금이 부과됐다. 유형을 보니 연구개발(R&D) 사업비를 연구용도 외로 사용한 사례가 절반을 넘었다. 허위증빙과 납품기업과 공모해 횡령한 사례도 있다. 결과적으로 연구개발비를 당초 목적과 다르게 쓴 것이다. R&D 정책 자금이 절실한 다른 기업의 기회도 빼앗은 셈이다.

제재부가금은 연구개발 사업비를 연구용도 외로 사용한 경우 참여제한 및 사업비환수 외에 추가적으로 연구용도외 사용금액의 10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한다. 국가 R&D 사업 집행에서 부정부패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정부 R&D 자금 집행은 산업 육성 의지를 갖기 시작한 196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진행됐다. 부정부패 발생은 반복됐으며 그때마다 바로 잡기 위한 정부 대처도 뒤따라 지금에 이른다. 앞으로도 또 어떤 빈틈을 비집고 더욱 지능화된 부정이 나타날 지 모를 일이다.

정부가 강력한 조치를 취하면 산업 R&D 자금의 부정 사용은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간과하면 안될 것이 있다. 관리 감독을 지금보다 더 철저히 할지라도 절차를 단순화해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 R&D 지원이 필요한 모든 기업들이 공정한 기회를 갖게 해야 한다. 강력한 규제는 자칫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신청을 위축시키거나 전문 브로커에 의존도만 높이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정부 지원 R&D 과제의 성공률은 그다지 중요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성공 정도와 난이도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R&D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부정한 방법으로 빼돌려지는 자금이 정당하게 사용할 기업 몫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종자돈 선순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면 국가 전반의 기술 향상에 기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