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나칩 발 국내 MOSFET 시장 출혈 경쟁… 캐파 증설이 한몫

국내 금속 산화막 반도체 전계효과 트랜지스터(모스펫·MOSFET) 시장이 출혈 전쟁에 휩싸였다. 생산능력을 늘어났지만 수요가 그만큼 커지지 않으면서 향후 단가 인하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세계 소자(디스크리트)형 모스펫(MOSFET) 시장의 업체별 순위와 점유율 <자료 : IHS>
지난해 세계 소자(디스크리트)형 모스펫(MOSFET) 시장의 업체별 순위와 점유율 <자료 : IHS>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모스펫 시장에서 단가 인하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매그나칩반도체가 통상 매년 5% 내외로 공급가를 조절해오던 자사 제품 가격을 올초 15%나 인하해 공급한 데 이어 단가 협상 시기를 3개월에서 1개월로 앞당기는 등 가격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그나칩이 제품 공급가를 급격하게 한 번에 내리거나 단가 협상에 앞장서 다른 업체들의 피해가 막심하다”며 “각 업체가 생산능력(캐파)을 키우면서 국내 모스펫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펫은 전원 공급 장치에 탑재돼 아날로그 신호를 증폭하는 트랜지스터의 일종이다. 국내에선 어댑터나 초고화질(UHD)을 포함한 LCD TV용 모스펫 시장이 각각 연간 1500만개, 2000만개 규모로 가장 크다.

국내 시장에는 ST마이크로·로옴세미컨덕터·페어차일드코리아 등 10여 곳이 넘는 외국계 반도체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ST마이크로가 매출액 기준 시장 점유율 1위였으나 매그나칩의 공세로 두 업체가 선두를 다투고 있다.

업계가 모스펫 생산라인을 6인치 웨이퍼에서 8인치 웨이퍼로 확대하면서 공급 과잉은 시작됐다. 매그나칩도 지난 2008년부터 국내 설비를 6인치에서 8인치로 전환하기 시작해 지금은 생산 라인의 90%가 8인치다. 중국·대만 시장을 겨눴으나 수요는 그만큼 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으로 팔릴 예정이었던 재고가 마진을 못 남길 정도로 국내 시장에 값싸게 풀리고 있다”며 “중국향 제품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ST마이크로·로옴세미컨덕터 등 주요 업체들은 8인치 전환을 완료했거나 하는 중이다. 인피니언은 8인치 웨이퍼 생산 라인에서 대부분의 제품을 만든다. ST마이크로도 이탈리아 공장(팹)은 3~4년 전부터 8인치로 양산하고 있고 싱가포르 팹은 전환 중이다.

경기도 부천시에 공장을 둔 페어차일드코리아는 본사 차원에서 내년 5인치 생산 라인은 폐쇄하고 6인치 생산 라인을 줄여 8인치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8000만달러를 투자해 연 70만장 규모의 8인치 웨이퍼 생산라인을 신설했다. 해외 5, 6인치 라인에서 생산되던 물량 일부가 부천으로 이전될 것으로 보여 국내 8인치 라인 생산량은 지금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그나칩은 시장 후발 주자라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라며 “여기에 캐파 증설로 모스펫 공급량이 갈수록 늘어 업체 간 경쟁 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