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는 전자책 시대 열렸다…이펍 3.0 도입 붐

소리를 듣고 영상까지 보는 전자책 시대가 열렸다. 전자책 제작 표준이 이펍(ePub) 3.0으로 속속 바뀌면서 얻은 결과다.

올해 이펍 3.0으로 제작한 전자책 콘텐츠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록 추이는 전년 대비 10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출판사가 등록한 전자책 콘텐츠 중 이펍 3.0 기반은 2~3%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30% 안팎으로 증가했다.

이펍 2.0이 종이책을 파일로 옮긴 수준이라면 3.0은 음성과 동영상, 인터랙티브 기술 적용이 가능해 한층 풍부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자동으로 디바이스 크기에 맞춰 콘텐츠를 노출하고 사용자가 알아서 폰트를 조절하는 등 편의성도 높였다. 이펍 3.0은 2011년 만들어졌지만 그동안 이렇다 할 상용화 플랫폼이 없었다. 해외에서도 이펍 3.0 관심이 높다. 일본은 전체 전자책 51%가 이펍 3.0으로 만들어진다.

정지현 구글코리아 도서 파트너십 매니저는 “이펍 3.0은 앱과 동등한 수준의 표현이 가능하다”며 “앱은 운용체계(OS)가 업그레이드되면 추가 개발이 필요하지만 이펍3.0은 그럴 필요가 없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일부 출판사는 이펍 3.0을 적용해 성과를 냈다. 대표적인 곳이 ‘길벗’이다. 어학서와 컴퓨터교재 등을 이펍 3.0으로 제작한 길벗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네이버 등 기타 채널 대비 1.5배가량의 매출을 올린다. 기존 어학서는 사용자가 별도 MP3 파일을 다운받는 반면 이펍 3.0 적용 콘텐츠는 바로 파일을 재생한다. 컴퓨터교재는 전자책 안에서 동영상 강의를 볼 수 있다. 텍스트로 읽다 어려운 부분은 동영상 강의로 이해를 돕는다.

이광희 길벗 디지털콘텐츠 과장은 “음성과 동영상 재생, 인터랙티브 기능 등이 가능해 기존 전자책 대비 사용자 반응이 좋다”며 “회사에서도 이펍 3.0 개발 인력을 늘리는 등 투자에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이펍 3.0이 확실한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 중소 출판사 해외 시장 진출이 쉬워질 전망이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경쟁자와 마주하는 영역 파괴가 진행된다. 텍스트와 음성, 동영상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출판사와 교육업체 경계가 모호해진다.

이광희 과장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라면 음원과 뮤직비디오, 에피소드를 에세이로 담은 디지털앨범을 낼 수 있다”며 “다양한 업계와 경쟁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구글 플랫폼으로 해외 출판사와도 직접 경쟁할 수 있다”며 “번역만 잘하면 얼마든지 직접 성공할 수 있어 판권만 판매하는 종이책 시장 한계를 넘어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