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노서준 엔씨사파이어 대표

노서준 엔씨사파이 사장은 요즘 깊은 고민에 빠졌다. 최근 8인치 대구경 사파이어 잉곳 개발에 성공하면서 단숨에 유명세를 탔다. 노 사장은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회사 문을 닫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특히 이 회사가 8인치 사파이어 잉곳 개발에 성공한 때는 아이러니 하게도 전기요금을 낼 여력이 없어 한국전력에 전기 공급을 끊어달라고 전화를 건 날이기도 하다.

[이사람]노서준 엔씨사파이어 대표

사파이어 잉곳은 원재료인 산화알루미나에 높은 열을 가해 결정을 생성한 뒤 서서히 굳혀 만든 원통형 기둥을 일컫는다. 제조공정에서 일정한 수준의 고열을 가하는 게 핵심이기 때문에 전력 소비량이 많다.

노 사장은 “제품 개발에 성공하자마자 전기를 끊어야 했을 정도로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날이 ‘터닝포인트’가 됐다”며 “8인치 잉곳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 대기업은 물론이고 글로벌 업체로부터 샘플 주문과 투자 제의로 분주한 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국내 대기업, 글로벌 업체까지 포기했던 초크랄스키(CZ:Czochralski) 공법으로 8인치 대구경 사파이어 잉곳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 주류 기술인 키로풀로스(KY:Kyropoulos) 공법보다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주목받고 있다. 소비전력을 25㎾/h로 크게 낮췄다. 기존 KY 공법은 120㎾/h 수준이다. 잉곳 생성 기간도 일주일 내외로 크게 단축시켰다. 품질도 최고 수준의 투명도를 보일 정도로 뛰어나다. 자체 설계한 ‘핫존’과 ‘도가니(Crucibl)’가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이라는 게 노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기술력에 대해선 일찌감치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해 이미 6인치 잉곳을 쉽게 개발했다. 하지만 그동안 매출이 ‘제로’였기 때문에 공장 설립 등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매출이 없다는 이유로 국내 업체와는 수차례 협의를 하고도 성사되지 못했다. 지금은 중국 지방정부 및 글로벌 업체들과 중국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활발히 논의 중이다.

노 사장은 “가급적 국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중국의 투자 제의에 먼저 손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며 “중국은 애플 보다 더 빨리 사파이어 폰을 만들고자하는 요구가 높은 데다가 정부까지 총력을 쏟고 있는 상황이라 매우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먼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데 무엇보다 크게 기쁘다”고 말했다.

노 사장은 저전력 CZ 공법이 이른 시일 내 사파이어 잉곳 제조의 주류 기술로 자리 잡도록 하고 향후 세계 사파이어 잉곳 시장의 기술 리더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 회사는 올해 10인치 사파이어 잉곳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