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야심차게 내놨던 ‘스타팹리스 세계화 기술 개발 사업’의 4개 과제가 이달 완료됐다. 하지만 사업화에 성공한 과제는 둘뿐이다. 업계는 국가 지원 과제가 산업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국반도체연구조합(COSAR)은 스타팹리스 세계화 기술 개발 사업 과제 가운데 4개가 이달 마무리됐다고 29일 밝혔다.
이 사업은 지난 2011년 산업통상자원부(당시 지식경제부)가 취약한 국내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및 장비산업 육성전략’의 일환으로, 창업 1~7년 이내의 팹리스 업체 10곳을 대상으로 한 정부 지원 R&D 사업이다. 지난 2011년 4개 업체에 이어 2012년 1개 업체, 지난해 3개 업체를 추가로 뽑아 지원 중이다. 올해 두 개 업체가 신규 선정됐다. 전체 사업은 2017년 마무리된다.
이번에 완료된 4개 과제는 △엑스선 검출 센서 및 센서 입출력신호장치용 IC칩(ROIC) △그래픽처리장치(GPU)용 시스템온칩(SoC) △가전용 전원 SoC △차량용 이미지 센서 등이다. 각 과제 참여업체는 룩센테크놀러지·넥셀·제퍼로직·클레어픽셀이다.
하지만 스타팹리스 4개 업체 중 양산했거나 계획이 있는 업체는 넥셀과 제퍼로직 단 두 곳뿐이다. 사업화와 수요기업 연계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과제는 대개 기술개발에 초점을 둬 과제가 끝난 뒤 2~3년 후에야 매출로 잡힌다”며 “제 코가 석 자인 업체가 대부분인 국내 업계 여건상 ‘개발’만 하고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염려했다.
넥셀(대표 강태원)은 그래픽 표준인 Open GL ES 2.0, Open VG 1.1과 병렬 컴퓨팅을 구현하는 오픈 CL을 모두 갖춘 GPU를 독자 설계했다. 이를 암(ARM) 쿼드코어 중앙처리장치(CPU)와 병합해 28나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만들었다. 회사 관계자는 “양산은 올 초 진행했다”며 “자체 개발한 64비트 옥타코어 AP는 내년 초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퍼로직(대표 정종척)은 200W급 LCD TV용 전원관리칩(PMIC)과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유닛(BLU) 구동 시스템을 선보였다. 역률개선(PEC) 기능으로 고조파 왜곡률(Total Harmonic Distortion)을 줄여 전력 효율성을 확보했다. 정전기 방전(ESD)을 보장해 차별성도 갖췄다. 회사는 이를 통해 중국·대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룩센테크놀러지(대표 소명진)는 연세대학교와 함께 16비트 고해상도 동영상을 처리할 수 있는 광자계수 방식의 엑스선 검출 센서와 ROIC를 국내 처음 개발했다. 신호 검출·처리 과정 중 잡음(노이즈)을 줄여 신뢰성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이 회사는 다이오드 센서와 ROIC를 이종결합한 구조로 개발해 저잡음·고속 처리를 가능케 했다. 소명진 대표는 “상용화는 준비 중”이라며 “향후 현재 모듈 형태에서 시스템 수준으로까지 제품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레어픽셀(대표 정헌준)은 적외선 감도를 향상시킨 차량용 상보성금속산화(CMOS) 이미지센서(CIS)와 광대역보정(WDR) 프로세서를 단일 칩에 통합했다. 정헌준 대표는 “칩은 개발 완료된 상황”이라며 “양산 계획은 미정”이라고 답했다.
스타팹리스 과제에 참여한 한 업체 대표는 “정부 지원이 기술 연구개발에 큰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라며 “과제가 마무리됐더라도 정부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