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년 만에 사내 공식 워드프로세서를 현 ‘정음 글로벌’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MS 워드’로 교체한다. 폐쇄적 워드프로세서 환경으로 국제 협업에 불편을 겪었던 임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삼성전자는 3개월의 병행 사용기간을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MS 워드를 사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세계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MS 워드 사용으로 글로벌 협업 강화와 스마트 업무환경 구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삼성전자는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1992년 개발해 1994년부터 공식 워드프로세서로 ‘훈민정음’을 사용해왔으나 안드로이드 등 다양한 운용체계(OS)의 등장과 스마트 업무환경 구축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일선 사업장에서는 비공식적으로 MS 워드를 대신 쓰는 일도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삼성전자 임직원은 “한글(hwp), MS 워드(doc) 등으로 작성된 문서를 보기 위해서는 변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해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며 “스마트 기기와의 호환도 어려워 삼성그룹의 ‘손톱 밑 가시’라는 지적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MS 오피스 제품군 중 엑셀과 파워포인트와의 호환도 원활해져 글로벌 협력사와의 협업도 수월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MS 워드’의 ‘작업 중 문서 변경내용 확인 기능’을 활용해 향후 사내 집단지성시스템 ‘모자이크(MOSAIC)’에 문서 공동편집 기능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내부 임직원 간 협업도 강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으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워드 프로세서 사용도 양강 체제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를 비롯한 공공에서는 한컴의 한글 워드프로세서가 독점 공급되고 있으며, 민간에서는 MS 워드가 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삼성그룹 전체로 MS 워드 사용이 확산되면 훈민정음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정음 글로벌을 사용해온 외부 고객들에 대해서는 오는 2019년 말까지 전담 고객센터를 운영해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기업고객은 계약에 따라 향후 3년 동안 사용할 수 있고, 일반 개인사용자는 자유롭게 영구적으로 활용 가능하다. 내년 1월에는 전용 문서변환 프로그램도 공급할 계획이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