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기업들이 중국에서 발을 빼고 있다. 중국 내 매출 감소와 최근 반독점법을 앞세운 중국 보호주의 영향으로 거점을 축소하거나 폐쇄하고 있다.
닛케이산업신문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IT 기업들이 중국 현지에서 구조조정에 나섰다고 5일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중국에서 4000여명을 감원할 방침이다. 오는 2015년 전 세계적으로 1만8000명을 줄이기로 한 노키아 휴대폰 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베이징에 있는 R&D(연구개발)센터, 공급망 관리 부서 등을 대상으로 약 3300명 직원 중 90%를 줄일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중국 법인도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포토샵 등으로 유명한 소프트웨어업체 어도비시스템즈는 지난 2006년부터 운영하던 중국 R&D센터를 오는 12월 폐쇄하고 현지 판매 거점 축소에 나섰다. 개발인력 일부를 인도 등으로 전환 배치할 계획이지만 300명 이상이 해고될 전망이다. 중국 내 판매 거점도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선전, 홍콩만 남기기로 결정했다.
IBM, HP, 시스코시스템즈도 기존 사업을 축소한다. 업체들은 클라우드 컴퓨팅 등 새 영역으로 사업 중심을 이동하며 중국에서 인원을 감축하고 있다.
◇뉴스해설
미국 IT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줄이는 가장 큰 이유는 매출 감소다. 중국 시장을 비롯한 신흥 시장에서 성장이 둔화되며 거점 축소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어도비시스템즈는 과거 PC 중심 시장에서 포토샵, 플래시 동영상 기술 등으로 성장을 이어갔지만 스마트폰과 함께 열린 모바일 시대에 중국을 비롯한 시장에서 성장세가 꺾였다. 지난 분기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한 1억4820만달러를 기록해 5년 만에 분기 최저치를 기록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중국 내 주요 임원이 이탈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R&D를 책임지던 장야친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은 이달 초 중국 검색업체 바이두로 옮겨 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모바일 부문에서 대규모 구조조정과 중국 당국의 반독점 조사, MSN 중국시장 철수 등 마이크로소프트는 중국 내에서 수많은 벽에 봉착했다”고 말한 바 있다.
반독점법 위반을 앞세운 중국의 자국보호주의도 미국 IT기업의 이탈이 가속화되는 이유다. 중국은 마이크로소프트를 반독점법 위반으로 조사하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말 취임 이후 처음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당국과 관계 개선에 나섰다. 올해 초 시스코시스템즈의 네트워크 장비 백도어로 중국 기밀정보가 미국으로 빠져나갔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악화되며 IT 기업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