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규제만해서는 핀테크 대응 못한다...IT강점 살려 금융 대계 세워야

우리나라는 대표적 IT강국으로 꼽히지만 금융과 IT를 융합한 ‘핀테크’에서는 그 강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보신주의’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은 수십년간 성장 없는 비즈니스모델로 그저그런 사업만 영위해왔다.

금융회사들은 금융당국의 눈치만 보며 맡은 업무에만 집중해왔다. 새로운 시도는 항상 뒷전이었다. 금융당국은 금융업을 규제 대상으로만 봤지 새로운 성장동력이나 육성산업군으로 키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금융 산업의 혁신은 뒤쳐질 수밖에 없다.

핀테크가 해외에서 활기를 띠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뚜렷한 방향설정을 하지 못한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최근에서야 해외 핀테크, IT와 금융의 융합에 대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핀테크를 정책적으로 육성할 대상으로 볼 것인지, 어떻게 육성해 나갈 것인지의 판단조차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금융사업자가 금융업법, 여신전문법 등 다양한 규제를 받는다. 아이디어로 무장한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이 금융산업에 참여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새로운 사업모델은 인허가에만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이 사이 중소기업들은 사업을 포기하기 쉽다.

금융업은 또 엄격한 자본관리 규제를 받는다. 아이디어로 IT와 결합한 금융모델을 개발해도 영세한 기업이라면 그 사업을 펼치기 쉽지 않다. 이때 금융회사와 핀테크의 결합이나 포털·통신사와 금융 스타트업의 가치공유가 필요하지만 어느 곳에도 이런 지원이나 방향성 제시가 나오지 않는 게 현실이다.

벤처업계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와 휴대폰, 자동차 등 개방형 산업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은 5위권을 벗어나지 않지만, 규제의 틀에 갇힌 금융업은 수십년째 내수산업으로 대외 경쟁력 부진에 허덕인다”며 “금융당국이 걱정하는 투자자보호 문제는 대거 사후 규제로 전환해 금융업이 새로운 시도를 늘릴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핀테크는 향후 글로벌 금융산업의 전반적 생태계를 뒤바꿀 중요한 변화로 꼽힌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표 IT강국 가운데 하나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자산업의 주류가 바뀌면서 삼성전자·LG전자가 소니를 누르고 전자 대표기업으로 성장한 바 있다. 금융업도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의 IT 강점을 살려 금융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대계를 고민해야 할 때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