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가 출범하자 네이버가 독주하는 인터넷 산업에 변화가 생기길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포털 2위와 모바일 메신저 1위의 결합이니 그럴 만하다. 분명 네이버 호적수이나 과대평가됐다. 시가총액, 매출, 이익, 자산, 검색시장점유율, 모바일메신저 가입자 등 거의 모든 객관적 지표에서 ‘골리앗 앞에 선 다윗’이다. 앞선 것은 고작 ‘카톡’ 국내 점유율과 오너 지분가치뿐이다.
앞날도 험난하다. 네이버 견제는 진작 시작됐다. 포털·게임 분리, ‘라인’과 ‘밴드’ 공세, 검색 강화 등 다음카카오를 옥죈다. 구글도 있다. 왓츠앱, 위챗 등 새 글로벌 플랫폼까지 에워싼다. 심지어 사법당국 감시 움직임에 독일 ‘텔레그램’에게 가입자를 잃는 판이다. 카톡 기반 게임과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사업도 정체다. 신규 ‘카카오페이’ 사업은 알리바바, 애플과 비교해 미약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다음카카오 무기는 사실상 김범수 의장밖에 없다. ‘한게임’으로 오늘의 네이버를 있게 하고, ‘카톡’으로 인터넷산업 축을 모바일로 옮긴 주인공 말이다. 그의 혁신적 사고가 얼마나 빨리 임직원은 물론이며 이용자, 산업 생태계에 먹히느냐에 다음카카오 운명이 달렸다.
합병을 즈음해 혁신이 정신없이 쏟아졌다. 모바일 결제·전자지갑(카카오페이·뱅크웰렛카카오), 뉴스 큐레이션과 클라우드펀딩(카카오토픽·뉴스펀딩), 소상공인 모바일광고 플랫폼(옐로아이디), 자동차공유(카카오택시) 등이다. 일부는 혼선을 빚는다. 베낀 것도 있다. 그래도 네이버와 비교해 혁신적인 움직임이다. 김 의장이 다음을 역으로 인수했기에 그나마 가능한 역동성이리라.
다음카카오는 지난 1일 출범식에서 ‘연결’을 내세웠다. 사람에게 사람·정보·비즈니스·사물을 연결한 새로운 소통 방식과 세상을 열어 보이겠다고 선언했다. 공교롭게 네이버가 게임을 분할하면서 버린 사명 NHN(Next Human Network)을 떠올리게 한다. 포털부터 모바일까지 혁신보다 추격자 전략으로 일등이 된 네이버다. 추격자 지위로 밀려나 다시 일등을 노리는 다음카카오다. 그 핵심 전략이 네이버도 못다 한 ‘휴먼 네트워크’인 셈이다.
다만 네이버와 똑같은 접근방식이라면 곤란하다. 큰 성공만큼 적도 많이 만든 ‘생태계 포식’ 말이다. 이를 그대로 따라가면 다음카카오는 영원히 ‘2중대’를 면치 못한다. 아마도 욕은 더 먹을 것이다.
김 의장과 다음카카오 임직원은 주위를 한번 둘러보라. 국내외 플랫폼 강자, 통신사업자 및 관계사, 금융사까지 온통 적으로 둘러싸였다. 규제기관마저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다음카카오를 새 생태계 창조자로 기대하는 이들만이 우군이다.
다음카카오는 당장 이익이 적더라도 이 잠재 우군들과 함께 시장을 키우고 과실을 나누는 혁신 성공 사례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국내외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가 네이버가 아닌 다음카카오를 찾는다. 합병으로 확보한 자금을 여기에 집중해야 승산이 있다.
다음카카오를 향한 응원은 몸집 작은 약자를 편드는 심리만 작용하는 게 아니다. ‘이참에 생태계 왜곡을 바로잡았으면’ 하는 산업계 바람이다. 다음카카오가 이를 제대로 읽고 실천해 성공한다면 ‘2014년 10월 1일’은 한국 인터넷산업사에 한 역사로 남는다. 산업계마저 매년 돌아오는 ‘국군의 날’로 여기는 것을 지금은 생각조차 하기 싫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