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한류가 지속되려면 이제 두껍게 싸여 있던 화려한 포장을 벗겨야 합니다.”
6일 서울 이태원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2014 서울국제뮤직페어(이하 뮤콘)’ 기조 연설자로 방한한 재니스 민 빌보드 사장은 케이팝이 제2의 도약을 하려면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마케팅으로 화려하게 포장된 겉모습을 탈피해 좀 더 인간적인 매력으로 해외 팬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니스 민은 세계적인 음악 미디어 ‘빌보드’와 ‘할리우드리포터’를 이끄는 한인 여성이다. 2010년 할리우드리포트를 대대적으로 개편해 올해 1월에는 2010년 대비 방문객 수를 900% 늘린 바 있다. 할리우드리포트와 빌보드는 대중 음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손꼽히는 매체다. 빌보드차트는 세계 음악인의 인기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다.
재니스 민은 ‘싸이 이후 한류’를 역설했다. 빌보드 디지털 음원 순위 6주 연속 1위를 기록했던 싸이가 미국에 미친 큰 영향력을 강조했다.
재니스 민은 “가장 미국적인 문화가 흐르는 다저스 구장의 전 관객이 싸이의 말 춤을 출 정도로 케이팝은 미국 사회에 깊이 들어왔다”며 “그러나 자극적인 춤과 퍼포먼스를 보여 큰 인기를 끌었던 싸이 이후의 한류를 준비할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대형 기획사의 마케팅으로 노래부터 의상, 뷰티, 콘서트에 이르기까지 상품으로 포장돼 있는 현 아이돌 중심 한류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이전 미국에서도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진 남성 그룹이 많이 나왔지만 결국 미국 대중은 인간성과 진정성을 겸비한 가수에게 더 큰 호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재니스 민은 “빌보드와 할리우드리포트 기자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이야기 하는 게 한국 케이팝 가수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은 뛰어나지만 깊이 있게 그 가수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시간을 갖는 것에는 인색하다고 한다”며 “음악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제2의 싸이는 좀 더 관객과 친밀함을 갖고 소통할 수 있게 화려한 포장을 걷어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케이팝 장르의 다양성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수년간 한류가 지속됐지만 미국사회에서 케이팝은 댄스음악에 한정돼 있다. 다양한 장르의 케이팝이 소개되면 세계 속 한류의 입지도 그만큼 넓어질 것이라 덧붙였다.
재니스 민은 “아직까지도 빌보드에서는 매일같이 케이팝 콘텐츠가 쏟아진다”며 “제2의 싸이, 그리고 한류의 또 다른 도약을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과 시각을 준비할 때”라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