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기술금융과 ICT융합 금융산업 진흥을 위해 현장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사 대표들과 함께 전국 산업단지를 돌며 기술기업 지원을 독려하고 있고, 다음카카오 등 신금융 서비스를 준비 중인 IT기업도 찾았다. 이유야 어찌됐든 현장과 소통을 강화해 지원책을 만들고 규제를 완화한다니 업계는 반색할 일이다.
반면에 신 위원장을 동행 취재한 현장에서 만난 기술인들은 신 위원장의 언급들이 다소 모호하고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지적을 많이 했다.
신 위원장은 얼마 전 다음카카오를 방문한 자리에서 ‘좋은 규제(better regulation)’를 꺼내들었다. IT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을 위해 획일적인 규제를 바로잡겠다는 게 핵심이었지만 그 개념을 이해하는 이는 드물었다.
신 위원장은 최근 두 달간 12차례나 금융현장을 방문했다. 제보를 받아 규제를 전면 철폐하겠다며 실행에도 옮겼다. 현장 제언이 바로 후속 정책으로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권이 ‘보신주의’라는 적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해묵은 규제로 이슈가 되는 것들은 상당수 ‘보안’과 ‘책임’ 문제와 직결돼 있다. 여기서 모순이 발생한다. 신 위원장은 보안사고 등 문제가 발생하면 금융사페널티’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좋은 규제인가, 나쁜 규제인가.
좋은 규제는 선순환의 규제다. 사전적이기보다는 사후적이고, 어름장이라기보다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런 규제를 내오기 위해서는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 한순간의 홍보용이 아니라 기업들이 어떤 규제에 가로 막혀 힘들어 하는지, 또 반대급부가 될 수 있는 부분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대안을 세워야 한다.
급히 먹는 밥은 체한다. 신 위원장이 금융시장의 거대한 변화 흐름을 읽고 진정성이 담긴 좋은 규제를 내오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경제금융부·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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