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후 저가 요금제 알뜰폰 가입 늘어…`보조금+고가 요금` 소비패턴 균열

단말기유통구조개선에관한법률(단통법)이 시행되면서 저렴한 요금제를 중심으로 알뜰폰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심(USIM)·저가 요금제 가입자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보조금에 현혹돼 값비싼 요금제를 선택하던 소비 패턴이 바뀌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8일 알뜰폰 업계에 따르면 지난 몇 달 같은 기간과 비교해 유심(USIM)·저가 요금제 가입자 유입량이 늘어났다. 단말기를 별도로 구입하거나 중고단말기로 서비스만 이동하는 새로운 구매 형태가 나타나고 저가 요금제로 수요가 이동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7일까지(영업일수 4일) 우체국알뜰폰 가입자 수는 3758명으로 지난달 1755건에 비해 약 2000명 늘었다. 7·8월 역시 1000건대 수준을 유지한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수치다.

우체국 알뜰폰 사업을 총괄하는 임낙희 국내우편과장은 “정확하게 단통법 수혜라고 딱 잘라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수치상으로는 늘어난 게 맞다”며 “반값요금제, 기본료 0원 요금제 등 저렴한 요금제 출시와 단통법 시행 시기가 맞물려 있어 복합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이통 자회사는 우체국알뜰폰과 사정은 조금 다르지만 요금제 가입 패턴 변화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알뜰폰 신규·번호이동 가입자는 이동통신사(MNO)와 마찬가지로 줄어들었다. 단말기 교체와 동시에 요금제를 결정하는 가장 큰 시장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심·반값요금제 신규 가입자와 온라인 사이트로 유입되는 가입자는 늘었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시장이 침체된 만큼 알뜰폰 역시 가입자 증가세가 이전보다 더디긴 하다”며 “다만 유심 ‘반값요금제’ 가입자는 단통법 이전과 비교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헬로모바일’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하는 가입자 비중도 높아졌다. 유통마진이 줄어든 만큼 수익성 제고를 꾀할 수 있고 서비스 질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중소사업자는 아직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넥스텔레콤 관계자는 “알뜰폰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실제 개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며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단통법을 입안 하면서 △서비스 경쟁 촉진 △통신 요금 인하 △보조금 경쟁 억제 목표를 내걸었다. 이 중 경쟁상황 마련 과제는 실효성을 나타내고 있지만 다른 목표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출고가를 그대로 고가로 유지하고 매출액·점유율을 위해 중저가 단말기 출고가는 내리는 이원화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며 “고가폰과 중저가폰 사용자 각각의 이용 패턴에 따른 요금제도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