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연대보증 면제` 받으려면 보증료가 4배...활용률 기대 못미쳐

# 창업자 A씨는 우수 창업기업은 연대보증을 면제해준다는 정부 발표를 듣고 꽤 늦은 나이임에도 호기롭게 기술창업에 도전했다. 하지만 법인을 설립하고 기술보증기금을 찾아간 그는 연대보증 여부에 따라 내야할 보증료가 약 네 배나 차이난다는 설명을 듣고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보증료 50만원과 200만원의 차이는 이제 갓 사업을 시작한 창업자에게는 큰 부담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들어 창업 활성화를 위해 우수 창업자에게 연대보증 면제를 시행했지만 현장에서의 제도 활용이 예상을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높은 보증료와 기술등급 조건 등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창업지원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지난 2월부터 ‘우수 창업자 연대보증 면제 제도’를 시행했다. 우수한 기술력과 사회적 신용도를 가진 창업자는 연대보증을 5년간 면제해주는 대신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보증료를 내도록 한 것이다. 창업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는 연대보증 부담을 덜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누구나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금융위는 당초 이 제도의 도입으로 올 한 해 최대 1000개 창업기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9개월여가 지난 현재 연대보증을 서지 않고 보증을 받은 사례는 신보 43건, 기보 57건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러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창업자들은 연대보증 유무에 따른 보증료 차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보증기관에서 보증서를 발급받기 위해선 신용 및 기술 평가등급에 따라 일정 비율(최소 0.5%에서 최대 3.0%)의 보증료를 납부해야 한다. 이 보증료율은 다양한 기준에 의해 감면과 가산이 되는데 연대보증 면제가 보증료율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

한 창업자는 “창업자의 방만경영을 막고 책임경영을 유도한다는 취지는 이해하겠지만 그 차이를 이율도 아닌 보증료에 두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정부가 앞으로는 연대보증 폐지를 이야기하지만 결국 여전히 연대보증을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대보증 면제를 받기 위한 조건이 너무 가혹해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매우 적다는 지적도 있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갓 창업한 기업이 우수인재 창업으로 인정받기 위해 기보 기술평가 BB등급 이상을 받거나 신보 신용도 SB2를 넘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조건”이라며 “금융당국이 이같이 가혹한 조건을 걸어두고 연대보증 면제니 폐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나 다름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신보와 기보 등 보증기관은 창업자들의 보증료와 기준에 대한 부담은 인지하면서도 연대보증 면제에 따른 위험부담 경감과 창업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입장이다.

신보 관계자는 “연대보증 면제 제도의 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제도 도입 후 지금까지 네 번의 기준 개정을 거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당초 예상에 비해 활용이 미진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보 관계자는 “보증료 차이가 일부 창업자에게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각자의 사정에 맞게 연대보증 유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데 의의가 있다”며 “열정을 갖고 사업을 하려는 창업자에게 연대보증은 큰 문제가 아닌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