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공사 절반 표준품셈 안 지켜···저가 발주로 시공품질 저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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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공사를 발주하는 공공기관의 절반이 적정 노무비 산정 가이드라인인 ‘표준품셈’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품셈이 지켜지지 않으면 저가 발주로 인한 시공품질 저하가 우려된다. 해당 제도를 관할하는 기획재정부가 두 차례에 걸쳐 계약예규를 개정했지만 여전히 발주처 임의대로 원가를 계산하고 있어 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2일 정보통신공사협회가 올해 초부터 나라장터에 공지된 정보통신공사 입찰공고 10건을 무작위로 추출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절반인 5건이 표준품셈을 삭감 적용했거나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공공기관이 예산절감을 핑계로 표준품셈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표준품셈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이 산정한 ‘품량’에 의해 노무비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품량은 특정 직종 인력의 노무비를 산출하기 위해 계산해낸 수치(노무량)다. 예를 들어 분배기를 설치할 때 품량이 0.5라면 여기에 전체 설치 대수와 통계청에서 정한 1일(8시간 기준) 시중노임을 곱해 전체 노무비를 산정한다. 하지만 발주기관이 이를 위반해 임의대로 품셈을 0.4나 0.3으로 삭감 적용한다면 노무비가 낮아져 시공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

이런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발주된 A공공기관의 CCTV 설치공사 설계내역서를 분석한 결과 표준품셈을 삭감 적용해 전체 노무비의 32%를 낮췄다. 이 기관은 CCTV 설치 품량 0.32를 0.17로 임의적으로 낮춰 계산했다. 일부 제품은 아예 표준품셈을 사용하지 않고 노무비를 ‘0원’으로 산정했다.

품셈뿐만이 아니다. 몇몇 기관은 통계청 시중노임을 임의대로 조정한다. 심하면 절반까지 깎는 일도 있다. 공사 원가가 낮게 책정되면 시공 업체는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인력을 적게 투입하거나 저급 인력을 쓸 수밖에 없다. 결국 시공품질에 문제가 생겨 발주처 기관에 피해가 돌아간다.

기재부는 2011년 원가 산정 시 최신 표준품셈에 따라 물량을 정확하게 산출토록 국가계약법 계약예규에 명시했다. 이후 2012년 표준품셈 사용을 의무화하고 올해 초 또 한 차례 개정해 구체화했다. 하지만 마땅한 처벌 조항이 없어 여전히 상당수 공공기관이 표준품셈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한 정보통신공사업체 관계자는 “공사가 발주될 때는 총액과 장비 수량 등만 공개되기 때문에 노무비가 얼마로 책정돼 있는지 알 수 없다”며 “하지만 낙찰을 받고 나면 예상했던 것보다 노무비 비중이 적어 허탈한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기업은 자체 품셈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 같은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1년부터 62개 기관 550여 공공기관 담당자를 대상으로 공사원가 산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회원사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표준품셈은 국가에서 정한 규정인 만큼 계약담당 공무원이 이를 제대로 준수해 달라는 게 업계 바람이다.

A공공기관 CCTV 설치공사 설계내역 분석

자료:나라장터

정보통신공사 절반 표준품셈 안 지켜···저가 발주로 시공품질 저하 우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